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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셋」이 유방암을 말할 때 — 치료가 끝이 아니다

「란셋」이 유방암을 말할 때 — 치료가 끝이 아니다

란셋 유방암 보고서 리뷰 「암, 그 이후를 말하다」 ①

by 메디컬오 스위트2026.07.22

글 · 이동희 (메디컬오 스위트 병원장 / 가정의학과 전문의)
근거: The Lancet Breast Cancer Commission, 2024 (Lancet 403:1895–1950, PMID 38636533)

  의학에는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저널이 몇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란셋(The Lancet)」은 특별합니다. 1823년 영국에서 창간된 이래 200년 동안, 이 저널에 논문 한 편이 실리면 전 세계 진료실의 표준이 바뀌어 왔습니다. 의사에게 「란셋」은 단순한 학술지가 아니라, 의학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에 가깝습니다.


  그 「란셋」이 2024년, 유방암에 관한 방대한 보고서(The Lancet Breast Cancer Commission)를 내놓았습니다. 55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를 읽고 도움될만한 부분들을 저희 환자분들에게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이 보고서를 고른 이유는, 어려운 최신 의학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이 방대한 보고서 안에는,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 대목들이 있었습니다. 암을 어떻게 없애느냐가 아니라, 암을 이겨낸 사람이 그다음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관한 이야기 말입니다.


  물론 이 보고서에는 너무 학문적이어서 일반인에게 어려운 부분도, 저소득국의 의료 격차처럼 한국 실정과는 거리가 먼 부분도 많습니다. 그런 대목은 접어두겠습니다. 대신, 유방암을 지나온 분들이 회복과 재활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만 골라, 최대한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그것이 이 연재의 목적입니다.


  그 첫 이야기를, 보고서가 가장 먼저 보여준 그래프 한 장에서 시작하겠습니다.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과 미국의 유방암 사망률 곡선입니다. 1980년대까지 완만히 오르던 선이, 1990년을 지나며 절벽처럼 꺾여 내려옵니다. 지난 30년간 약 40% 감소. 더 일찍 발견하고 더 잘 치료한 결과, 유방암은 '죽는 병'에서 '이겨내는 병'에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지만, 국내 통계로도 5년 생존율은 90%를 크게 넘습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2026)


  그런데 바로 여기서 「란셋」은 축포 대신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그다음'은 어떤가?



  살아남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은, 곧 '치료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란셋」은 이 생존자들을 위한 돌봄이 정작 치료가 끝난 뒤에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몸에는 치료의 흔적이 남고, 마음에는 재발의 불안이 자리 잡습니다. 매일 병원을 오가며 집중하던 시간이 끝나면, 아무런 안내도 없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남습니다. 문제는 그 일상이 예전의 일상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란셋」은 이 '치료 이후의 시간'을 그동안 소홀히 다뤄진 영역으로 짚습니다. 저 역시 이 시기가 회복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가 진료실에서 매일 확인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큰 병원에서 수술과 항암을 훌륭히 마치고 오신 분들이, 정작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 앞에서 막막해합니다. 팔이 붓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치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나만 유난인가' 하며 혼자 견디는 분들도 많습니다.


  메디컬오 스위트는 바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공간입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제가 대표원장으로서, 수술과 항암을 마친 여성 암 환자분들의 회복을 여성 암 회복 케어·통합의학·웰니스 프로그램으로 돕습니다. 한 장기, 한 수치가 아니라 회복기의 몸과 마음 전체를 봅니다. 세계 최고의 의학 저널이 "이제 여기를 봐야 한다"고 말한 그 지점을, 저희는 이미 진료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다릅니다. 유방암을 이겨낸 분들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이겨낸 이후의 삶을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이 연재에서 저는 「란셋」이라는 지도를 들고,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건널지 한 걸음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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