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치료 후 달라진 몸과 성생활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이 주제를 먼저 꺼내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암 치료가 끝난 것만도 다행인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사치스럽게 느껴진다고, 그렇게 말씀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물어보지 않으면 답을 들을 수 없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뒤에서 말씀드리겠지만, 이것은 성생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계속 검사를 받으며 살아가는 일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무엇이, 왜 달라지나
원인은 크게 셋입니다. 어느 치료를 받으셨느냐에 따라 해당되는 것이 다릅니다.
자궁을 절제하면 질의 길이가 다소 짧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광범위 자궁절제술은 골반 신경이 지나는 자리 가까이를 건드리게 되어, 성적 흥분과 관련된 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골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질 조직에 흉터가 생기면서 짧아지고 좁아집니다. 질협착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7편에서 다룬 폐경으로 질이 얇아지고 마릅니다. 방사선 치료 이후의 건조는 나이 때문만이 아니라 치료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세 가지가 겹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럴 때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집니다.
얼마나 흔한가
수치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자궁경부암으로 광범위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을 다룬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복강경으로 수술한 경우 성교통을 겪는 비율은 연구마다 5~16퍼센트였습니다. 오르가슴에 이르기 어려운 경우는 10~14퍼센트로 보고되었습니다.
방사선 치료 쪽은 숫자가 더 큽니다. 보고마다 차이가 크지만, 골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치료 후 3년 안에 질협착이 60퍼센트 정도로 추정된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드문 일이 아니라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나만 이런가 싶어 말을 삼키셨다면,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내셔도 됩니다.
질 확장기, 그리고 왜 검사와 이어지는가
질협착을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해 흔히 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질 확장기입니다.
NCCN 환자용 지침도 골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분들에게 확장기 사용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조직이 굳어 붙기 전에 규칙적으로 부드럽게 늘려주는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권고를 보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4주쯤 지난 뒤에 시작하고, 주 2~3회, 9개월에서 1년가량 이어갑니다. 가장 작은 크기부터 시작해 편해지는 만큼 크기를 올립니다. 넣을 때는 수용성 윤활제를 쓰고, 힘을 주어 밀어 넣지 않습니다.
다만 한 번에 몇 분씩 해야 하는지는 아직 통일된 표준이 없습니다.
그러니 구체적인 방법은 치료받으신 병원의 안내를 따르시고, 시작 시점과 방식은 담당의와 상의해 정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을 하나 짚겠습니다. 이것이 성생활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질이 좁아지면 치료 후 필요한 내진이나 질 세포검사 자체가 어려워지고 아파집니다. 그러면 검사가 두려워지고, 추적을 미루게 됩니다.
몸의 문제가 마음의 문제로, 다시 추적관리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 하나가 결국 검사 일정까지 흔듭니다.
자궁만 절제한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양성질환으로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을 5년간 추적한 2025년 연구는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에서 골반저 관련 증상은 수술 전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전체 참여자를 함께 분석했을 때 성기능 점수도 수술 전과 비교해 뚜렷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만 수술 전 성생활을 하던 참여자만 보면 5년 후 성기능 점수가 낮아졌습니다. 수술 방식이나 받은 나이에 따른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양성질환으로 받은 자궁절제술의 결과를 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 변화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어느 경우든 수술 전 증상과 성생활 상태, 폐경 여부 등에 따라 개인별 차이가 큽니다.
다시 시작하는 시점과 방법
성관계는 치료팀이 수술 부위가 충분히 아물었다고 확인한 뒤 재개합니다. 통증이 있다면 서두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윤활제를 충분히 쓰고, 처음에는 짧고 편안한 접촉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골반저 물리치료를 함께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적인 친밀감이 꼭 삽입 성교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 시기에 다시 떠올려볼 만합니다.
치료가 끝나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욕구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통증과 피로, 수면, 치료 후 달라진 신체 이미지와 심리적 요인, 난소를 절제한 경우 호르몬 변화 등 치료로 인해 나타난 여러 요인들이 성적 욕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의지가 부족해서도, 마음이 식어서도 아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트너에게 말로 옮기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데 더 중요합니다.
기억해 둘 것
- 원인은 수술·방사선 치료·호르몬 셋이고 겹치기도 함
- 질협착은 드문 일이 아니라 흔한 일
- 확장기의 시작 시점과 사용법은 치료받은 병원의 안내를 따를 것
- 좁아지면 내진과 세포검사가 어려워짐
- 욕구 저하도 치료 뒤에 겪을 수 있는 변화
예전의 몸이 아니라, 지금의 몸으로
몸이 예전과 똑같아지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지금의 몸에 맞게 관계를 다시 맞춰가는 것이 이 시기의 과제입니다.
그리고 이 과제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종류의 것이 아닙니다. 말을 꺼내기 어려운 주제일수록, 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치료가 끝난 뒤의 삶에는 검사표에 적히지 않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회복을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의 재시작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그 이야기를 늦게 꺼낼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는 것만은 기억해 주십시오.
다음 편에서는 젊은 나이에 진단받은 경우를 다룹니다.
조건이 맞으면 임신의 가능성을 남기는 길이 있고, 방법은 암마다 다릅니다. 난소가 방사선 치료에 영향을 덜 받도록 위쪽으로 옮겨두는 수술도 있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에는 시점이 있습니다. 전부 치료가 시작되기 전에 정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진단을 받은 직후의 정신없는 며칠이, 공교롭게도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NCCN Guidelines for Patients: Cervical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0) — 질 확장기 치료, 질협착, 질 보습제 안내.
- Varytė G, Bartkevičienė D. Pelvic Radiation Therapy Induced Vaginal Stenosis: A Review of Current Modalities and Recent Treatment Advances. Medicina (Kaunas). 2021;57(4):336. — 골반 방사선 치료 후 3년 내 질협착 추정 발생률 60퍼센트, 국제 합의의 확장기 사용법, 시행 시간에 대한 표준 부재, 협착이 추적검사 수행에 미치는 영향.
- Firmeza MA, Vasconcelos CTM, Vasconcelos Neto JA, Brito LGO, Alves FM, Oliveira NMV. The Effects of Hysterectomy on Urinary and Sexual Functions of Women with Cervical Cancer: A Systematic Review. Rev Bras Ginecol Obstet. 2022;44(8):790-796. — 복강경 광범위 자궁절제술에서 성교통 5~16퍼센트, 오르가슴 곤란 10~14퍼센트.
- Forsgren C, Johannesson U. Sexual function and pelvic floor function five years after hysterectomy. Acta Obstet Gynecol Scand. 2025;104(5):948-957. — 양성질환 자궁절제술 5년 추적. 골반저 증상 감소, 전체 성기능 점수는 수술 전과 뚜렷한 차이 없음.
- ESHRE, ASRM, CREWHIRL, and IMS Guideline Group on POI. Evidence-based guideline: premature ovarian insufficiency. Hum Reprod Open. 2024;2024(4):hoae065. — 성 문제에 생물·심리·사회적 요인이 함께 작용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