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나이에 받은 자궁암, 난소암 진단, 가임력과 선택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부인암에는 다른 여성암과 구별되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30대 여성의 암 발생 순위를 보면 자궁경부암이 네 번째에 올라 있습니다.
그래서 이 병들에는 다른 편에서 다루지 않았던 물음이 함께 옵니다. 아이를 가질 수 있는가. 난소는 어떻게 되는가.
조건이 맞으면 임신의 가능성을 남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가능한지는 암에 따라 다르고, 해당되는지는 담당의가 병기와 조직 소견을 보고 판정합니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고르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물어볼 수 있는지 알아두는 일입니다.
자궁경부암 초기의 일부에서는 자궁경부만 절제하고 몸통은 남기는 수술을 택할 수 있습니다. 자궁경부 절제술이라고 부릅니다. 자궁과 난소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임신이 수월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남습니다.
자궁내막암의 경우, 일부 초기 환자에서는 자궁을 바로 절제하지 않고 호르몬으로 먼저 치료해보는 길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등급 자궁내막양암이고 병변이 자궁내막에 국한된 경우가 대상입니다. 정확한 조직형과 병기, 영상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담당의가 가능 여부를 판단합니다.
치료 중에는 3~6개월 간격으로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시행합니다. 검사에서 치료 반응을 확인한 뒤 임신을 시도하며, 암이 진행하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도 남아 있으면 자궁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난소암은 조직형과 병기에 따라 가임력 보존 가능 여부가 크게 달라집니다. 일부 초기 환자에서는 한쪽 난소와 자궁을 남길 수 있지만, 가능한 대상은 제한적이므로 정확한 병리 결과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니 다음 진료 때 이렇게 한번 물어두시면 좋습니다.
"제 경우에 임신의 가능성을 남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조건에 맞는다면 담당의가 설명할 것이고, 맞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듣게 됩니다.
난소를 옮겨두는 수술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골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면 그 범위 안에 난소가 들어가고, 난소는 방사선에 약합니다. 그래서 치료 뒤 폐경이 일찍 찾아옵니다.
여기에 대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난소를 방사선 치료 범위 밖으로 옮겨두는 수술입니다. 난소 전위술이라고 부릅니다. 난소를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위쪽으로 옮겨 붙여두는 것입니다.
물론 옮겨둔다고 해서 난소 기능이 반드시 보전되는 것은 아니고, 옮긴 자리에서 다른 불편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젊은 나이에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셨다면,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 방법들에는 시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부분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상담하고 결정해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입니다.
자궁을 남기는 수술은 첫 수술 계획을 세울 때 정해야 합니다. 난소를 옮기는 수술은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만 할 수 있습니다. 난자나 배아를 미리 보존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자궁을 남기는 수술과 난소 전위술은 첫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른 시점에 말씀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진단을 받은 직후의 그 정신없는 며칠이,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시기입니다. 미루면 선택지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나온 분들께
이 글을 읽으시는 분 가운데에는 이미 수술을 마치셨고, 그 선택지를 들어본 적이 없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께는 지금까지의 내용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지난 결정을 되짚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남은 선택지를 정확히 아는 일입니다.
난소를 한쪽이라도 남기셨는지, 자궁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지금 열려 있는 길이 다릅니다. 그것부터 담당의에게 확인해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가임력을 잃는다는 것
젊은 나이에 가임력을 잃은 경우, 그 상실은 수술이 끝난 순간에 마무리되지 않습니다.
조카의 돌잔치 초대장을 받았을 때, 친구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명절 밥상에서 아이 이야기가 나올 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시 찾아옵니다.
2025년에 발표된 리뷰는 이 고통이 한 가지 원인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정리했습니다. 호르몬과 신체 변화 같은 생물학적 요인, 상실감과 자기 이미지 같은 심리적 요인, 그리고 가족의 기대나 사회적 통념 같은 문화적 요인이 함께 얽힙니다.
특히 문화적 요인의 무게는 나라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되었습니다.
가족과 출산에 대한 기대가 큰 문화에서는 본인의 상실만이 아니라 주변의 기대와 시선까지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진단을 받아도 짊어지는 무게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자궁이나 난소를 잃었다는 사실이 "여성으로서 무언가를 잃었다"는 감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이 변화를 맞으면 무게가 다릅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이 감각을 느끼는 것도, 느끼지 않는 것도 모두 정상입니다. 어떤 분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분은 한참 지나서야 그 무게를 실감합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몸과 다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입니다.
기억해 둘 것
- 초기 자궁경부암은 자궁을 남기는 수술이 가능할 수 있음
- 자궁내막암은 호르몬으로 먼저 치료하며 기다리는 길이 있음
- 난소를 옮겨두는 수술은 방사선 치료 시작 전에만 가능
- 가임력 이야기는 치료 계획 단계에서 꺼낼 것
- 이미 수술을 마쳤다면 지금 남은 선택지부터 확인할 것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위해
이 선택지들은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열려 있고, 열려 있는 시간이 짧습니다. 그래서 미리 알고 있다면 도움이 됩니다.
문이 닫히더라도, 삶은 이어집니다.
잃은 것을 세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남은 것으로 다시 살아가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길기 때문에 회복도 긴 호흡의 일이 됩니다.
치료가 끝나는 것까지가 아니라, 그 뒤에 남은 긴 시간의 회복까지를 중요하게 보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제 다음 편에서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다룹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입니다.
치료가 끝나면 주변에서는 축하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만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몸의 회복과 마음의 회복이 같은 속도로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두려움에는 일정한 모양이 있습니다. 검사 날짜가 다가오면 올라갔다가 결과를 확인하면 내려가고, 그 오르내림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옅어집니다. 유별난 반응이 아니라 흔한 반응입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NCCN Guidelines for Patients: Uterine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4) — 자궁내막암의 가임력 보존 치료, 레보노르게스트렐 자궁내 장치 우선 권고, 3~6개월 간격 내막 검사, 12개월 잔존 시 자궁절제술 권고.
- NCCN Guidelines for Patients: Cervical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0) — 자궁경부 절제술의 가임력 보존, 난소 전위술.
-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Ch.94 Gynecologic Malignancies — 근치적 자궁경부 절제술의 가임력 보존과 이후 임신의 제약, 난소의 방사선 민감성.
- 중앙암등록본부·보건복지부.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 참고자료. 2026-01-20 — 연령군별 주요 암발생률(여자), 30-39세 4위 자궁경부(조발생률 14.7명/10만 명).
- Deng J, Chen J, Guo X, Xie C. Factors influencing fertility distress in reproductive-aged gynecologic cancer patients: a narrative overview. J Clin Med. 2025;14(23):8512. — 가임력 상실의 고통이 생물학적·심리적·문화적 요인이 함께 얽혀 나타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