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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 후 갑작스러운 폐경과 뼈 건강 | 메디컬 오 스위트

암 치료 후 갑작스러운 폐경과 뼈 건강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폐경이 왜 이렇게 갑자기 왔나요?"양쪽 난소를 함께 절제하신 분들이 하시는 말입니다. 예고 없이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밤중에 땀으로 젖어 깨는 날이 이어지고 나서야 그 말을 꺼내십니다.여기서부터 세 편은 난소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어느 쪽이든 해당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난소를 절제했든 방사선 치료로 난소가 기능을 잃었든, 그 뒤에 오는 몸의 변화는 병명과 관계없이 같기 때문입니다.며칠 만에 건너뛴 몇 년자연폐경은 몇 년에 걸쳐 난소 기능이 서서히 줄어드는 과정입니다. 수술로 양쪽 난소를 절제하면 그 몇 년을 며칠 만에 건너뛰게 됩니다.에스트로겐만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NAMS에 따르면 양쪽 난소를 절제할 때는 자연폐경에서 일어나지 않는 테스토스테론의 뚜렷한 감소가 함께 나타납니다.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밤에 땀으로 젖어 깨고, 잠이 얕아지고, 관절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자연폐경 때보다 강하고 갑작스럽게 오는 이유입니다.수술이 아니라 방사선 치료로 이 변화가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골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면, 그 범위 안에 난소가 들어가고, 난소는 방사선에 약합니다. 난소가 그대로 있어도 기능을 잃으면 결과는 같습니다.젊은 나이에 이 변화를 맞으신 분일수록 폭이 큽니다. 원래대로라면 앞으로 십 년, 이십 년 더 나왔을 호르몬이 한 번에 사라진 것이기 때문입니다.이른 폐경에도 관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40세 이전에 양쪽 난소·나팔관 절제술을 받으셨다면, 별도의 검사가 없더라도 ESHRE 지침상 자연폐경과 구분해서 다루게 됩니다."폐경이 좀 일찍 왔다"가 아니라, 관리 지침이 따로 마련된 상태로 분류된다는 뜻입니다. 뼈와 심혈관 건강 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호르몬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인지와 관리 방법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호르몬요법을 받아야 할까요?암의 종류에 따라 답이 나뉘는 질문입니다. 종류와 상황에 따라 쓸 수 있는 경우와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부인암 환자에게 호르몬요법이 일괄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용할 수 있는지는 암의 종류뿐 아니라 조직형과 병기, 치료 경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부 상피성 난소암과 초기 부인암에서는 호르몬요법을 고려할 수 있지만, 호르몬에 민감한 난소·자궁 종양에서는 피하도록 권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유방암이나 혈전증을 앓으신 적이 있다면 이때도 신중해야 합니다.이처럼 같은 암이라도 세부 유형에 따라 나뉘고, 지침끼리 권고가 다르기도 합니다. 보는 대상이 달라서 생긴 차이입니다. 그래서 병기와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는 내가 어느 쪽인지 정할 수 없습니다.결국 담당의와 병리 결과를 놓고 정할 문제이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장처럼 한 방향으로 간단히 결론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만약 호르몬요법이 어렵거나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면호르몬요법이 어려운 경우에도 방법은 있습니다. 질 보습제나 국소 치료로 건조감을 줄일 수 있고, 안면홍조는 옷을 겹쳐 입거나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것만으로 완화되기도 합니다.호르몬요법을 시작하셨다면 한 가지 덧붙일 수 있습니다. 처음 처방받은 방식이 몸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용량이나 제형을 바꿔볼 여지가 있습니다. 참지 말고 다시 상담을 요청하시는 편이 낫습니다.뼈도 조용히 약해질 수 있습니다에스트로겐은 뼈를 지키는 일도 합니다. 그래서 폐경이 일찍 찾아오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문제는 이 과정에 아무 느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통증도 없고 불편도 없습니다. 그러다 넘어졌을 때 골절로 처음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2편에서 말씀드린 손발 저림과 낙상 위험이 여기서 다시 만납니다.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뼈까지 약해져 있으면, 한 번의 낙상이 크게 남습니다.그래서 골밀도 검사를 한 번 받아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이후 변화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난소를 보존하고 자궁만 절제한 경우에도 골다공증 진단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보고됐습니다. 양성질환으로 자궁절제술을 받은 한국 여성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난소·나팔관 수술 없이 자궁만 절제한 경우 수술 후 7년 이내 골다공증 진단 위험이 수술받지 않은 여성보다 1.3배가량 높았습니다.다만 이 연구만으로 모든 분에게 골밀도 검사가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폐경 시기와 치료 내용, 골절 병력 등 개인별 위험요인을 함께 살펴 검사 시점을 정합니다.칼슘과 비타민 D는 식사에서 부족한 만큼을 채우는 정도로 봅니다. 그리고 뼈에는 걷기처럼 체중이 실리는 운동이 도움이 됩니다. 기운이 없다면 짧게 여러 번 나눠 걷는 것으로 시작해도 됩니다.기억해 둘 것수술로 온 폐경은 자연폐경보다 급격하고 강함40세 이전 양쪽 난소 절제는 자연폐경과 분리해서 관리호르몬요법은 암 종류에 따라 방향이 나뉨지침끼리 권고가 갈리는 부분이 있어서 조직검사 결과부터 확인할 것골밀도는 한 번 확인해 둘 것달라진 몸과 다시 협상하기몸이 하룻밤 사이에 다른 몸이 된 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 느낌은 과장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정확한 표현에 가깝습니다.다만 그에 맞춰 다시 조율해 나갈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용량을 바꾸고, 제형을 바꾸고, 안 되면 다른 길로 돌아가는 것. 회복기의 상당 부분은 이 조율의 반복입니다.혼자 판단해 참기보다 그때그때 상담하며 맞춰가는 편이 결국 더 편안합니다. 그 조율을 함께 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 그것이 치료 이후의 시간을 다르게 만듭니다.다음 편에서는 치료 뒤에 오는 몸의 변화와 성생활을 다룹니다.먼저 꺼내는 분이 많지 않은 주제입니다. 암 치료가 끝난 것만도 다행인데 이런 이야기는 사치처럼 느껴진다고들 하십니다.그런데 이것은 성생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질이 좁아지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내진과 세포검사 자체가 어려워집니다.먼저 꺼내기 쉽지 않으셨을 이야기를 한번 같이 다뤄보겠습니다.LOVE YOUR LIFE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참고문헌ESHRE, ASRM, CREWHIRL, and IMS Guideline Group on POI. Evidence-based guideline: premature ovarian insufficiency. Hum Reprod Open. 2024;2024(4):hoae065. The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The 2022 hormone therapy position statement of The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Menopause. 2022;29(7):767-794. NCCN Guidelines for Patients: Uterine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4) — 에스트로겐 반응성 종양에서 폐경 호르몬요법을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음. Seo YS, Yuk JS. Osteoporosis and fracture risk following benign hysterectomy among female patients in Korea. JAMA Netw Open. 2023;6(12):e2347323.Achimaș-Cadariu PA, Păun DL, Pașca A. Impact of Hormone Replacement Therapy on the Overall Survival and Progression Free Survival of Ovarian Cancer Patien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Cancers (Basel). 2023;15(2):356.Gorman M, Shih K. Updates in Hormone Replacement Therapy for Survivors of Gynecologic Cancers. Curr Treat Options Oncol. 2025;26(3):179-186.

유지요법, 암 치료 후 약과 검사가 계속될 때 | 메디컬 오 스위트

유지요법, 암 치료 후 약과 검사가 계속될 때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부인암 치료에서 가장 설명이 부족한 대목이 여기라고 생각합니다.수술이 끝났습니다. 항암도 끝났습니다. 그런데 약을 몇 년 더 먹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몇 달마다 피를 뽑아 수치를 봅니다.끝난 것인지 아직 치료 중인 것인지 헷갈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편은 주로 난소암으로 치료받으신 분께 해당합니다.유지요법이라는 이름의 치료항암치료로 암이 줄어들거나 가라앉은 뒤, 그 상태를 되도록 오래 지키려고 이어가는 치료를 유지요법이라고 합니다. 약을 먹거나, 환자에 따라 주사로 맞는 치료가 쓰이기도 합니다.암의 종류와 병기, 항암치료에 얼마나 잘 반응했는지, 유전자 검사 결과가 어땠는지를 함께 놓고 정합니다. 같은 병으로 같은 시기에 치료받을 때, 방법과 약이 다르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약은 암세포의 약한 고리를 노립니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상한 유전자를 스스로 고치는 장치가 여럿 있는데, BRCA(브라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그 수리 능력이 부실합니다. 약은 남아 있는 수리 통로마저 막아서 암세포가 버티기 어렵게 만듭니다.국내에서도 이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다만 어떤 약을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쓸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갈립니다. 정확한 것은 담당 의료진께 확인하시는 편이 확실합니다.처음 몇 달을 잘 넘어가기약을 시작하고 나면 처음 두 달이 가장 힘듭니다. 그 고비를 넘기면 대체로 자리를 잡습니다.가장 흔한 것은 속이 울렁거리는 것입니다. 피곤하고, 입맛이 없고, 변비가 오기도 합니다.몸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 변화도 있습니다. 빈혈이 오거나 백혈구와 혈소판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같은 계열이라도 약마다 잘 나타나는 것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약은 빈혈 쪽이, 어떤 약은 혈소판 쪽이 잦고, 혈압을 함께 살피는 약도 있습니다. 이 시기에 피검사를 자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다행인 것은 이 시기의 불편 대부분이 약을 끊지 않고도 지나간다는 점입니다.미리 약을 쓰고, 먹는 시간을 바꾸고, 필요하면 잠시 용량을 낮추는 것으로 대개 다스려집니다. 다만 피검사 수치가 오래 회복되지 않을 때는 좀 더 자세히 살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혼자 판단해서 끊기보다 먼저 알리시는 편이 낫습니다. 참다가 스스로 끊어버리는 것이 가장 아쉬운 선택입니다.수치 하나에 매달리지 않기혈액에서 재는 CA-125라는 수치가 있습니다. 치료 경과를 볼 때 함께 확인하는 표지자이고, 재발할 때 증상보다 먼저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래서 많은 분들이 검사 결과지를 받아들고 그 숫자만 봅니다. 몇 달을 그 숫자 하나를 생각하며 지냈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여기서 알아두실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2010년에 발표된 영국과 유럽의 공동 임상시험입니다.치료를 마치고 안정된 분들 가운데 이 수치가 뚜렷하게 오른 분들을 두 갈래로 나눴습니다. 한쪽은 수치가 오른 그 시점에 바로 치료를 시작했고, 다른 한쪽은 몸에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두 그룹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찍 시작한 쪽은 항암치료를 더 오래 받으면서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관찰도 있었습니다.이 연구는 시행된 지 시간이 꽤 지났고, 요즘 쓰는 유지요법이 나오기 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 모든 분께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다만 분명히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수치가 조금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치료가 시작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치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영상검사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몸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함께 놓고 정합니다.국내 진료 현장에서는 대체로 이 수치를 계속 확인합니다. 그러니 이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검사를 그만두시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음 검사까지 남은 몇 주를 그 숫자 하나에 붙들려 보내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다른 암에서는 무엇을 보나난소암이 아닌 분들을 위해 덧붙입니다. 자궁내막암과 자궁경부암에는 이렇게 정기적으로 쫓아가는 혈액 수치가 따로 없습니다.대신 진찰과 문진이 추적의 중심입니다. 자궁경부암은 세포검사가 함께 들어가고, 영상검사는 증상이 있거나 필요한 소견이 있을 때 시행합니다. NCCN 지침도 치료 후 오랫동안 정기 영상검사를 계속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필요하지 않다고 봅니다.검사가 적다는 것이 관리가 허술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인암마다 재발이 드러나는 방식이 달라서 보는 방법도 다른 것입니다.기억해 둘 것유지요법은 재발을 늦추기 위한 치료이며, 먹는 약 말고 주사도 있음힘든 시기는 대개 처음 두 달구역질과 피로는 대개 약을 끊지 않고 넘어감스스로 중단하지 말고 먼저 알릴 것수치 하나만으로 치료 시작이 결정되지 않음숫자를 세는 시간과, 사는 시간치료가 끝났는데도 약과 검사가 이어지는 것은 아직 병이 남아서가 아닙니다. 다시 자라날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입니다.그 시간을 수치를 세면서만 보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검사와 검사 사이에도 계절이 지나가고, 만날 사람이 있고, 하고 싶었던 일이 있습니다. 그 사이의 시간이 사실은 삶의 대부분입니다.저희가 함께 관리하려는 것은 수치만이 아니라, 그 수치 사이에 놓인 일상입니다.다음 편에서는 수술이나 방사선 뒤에 갑자기 찾아오는 폐경을 다룹니다.자연폐경은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옵니다. 양쪽 난소를 절제하면 그 몇 년을 며칠 만에 건너뛰게 됩니다. 얼굴이 예고 없이 달아오르고 밤중에 땀으로 젖어 깨는 날이 이어지는 것은 그래서입니다.호르몬요법이 암 환자에게 일괄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암이었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려서, 병리 결과를 놓고 담당의와 정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뼈는 아무 느낌 없이 약해지기 때문에, 골밀도를 한 번 확인해두는 일부터 시작합니다.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어, 가지고 계실 수 있는 불안을 낮춰보고자 합니다.LOVE YOUR LIFE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참고문헌Rustin GJS, van der Burg MEL, Griffin CL, et al. Early versus delayed treatment of relapsed ovarian cancer (MRC OV05/EORTC 55955): a randomised trial. Lancet. 2010;376(9747):1155-1163.NCCN Guidelines for Patients: Ovarian Cancer, 2025 (Version 3.2025, 2025-07-16).NCCN Guidelines for Patients: Cervical Cancer, 2026 (Version 2.2026) — 치료 후 추적관찰과 영상검사의 적응.González-Martín A, Pothuri B, Vergote I, et al. Niraparib first-line maintenance therapy in patients with newly diagnosed advanced ovarian cancer: final overall survival results from the PRIMA/ENGOT-OV26/GOG-3012 trial. Ann Oncol. 2024;35(11):981-992.Managing Adverse Effects Associated With Poly(ADP-ribose) Polymerase Inhibitors in Ovarian Cancer. ASCO Educational Book. 2023.Safety assessments and clinical features of PARP inhibitors from real-world data of Japanese patients with ovarian cancer. Sci Rep. 2024;14:12851.

암치료 후 다리가 붓기 시작할 때 | 메디컬 오 스위트

암치료 후 다리가 붓기 시작할 때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치료 후 다리가 붓는 일은 흔한데도 진료실에서 먼저 꺼내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저녁마다 양말 자국이 깊게 남는 것을 보면서도 "이 정도는 나이 탓이겠거니" 하고 넘기다, 한참 뒤에야 말씀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그런데 이것은 일찍 손대면 경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골반 림프절을 떼어내셨거나 골반에 방사선을 받으신 분이 대상이니, 세 암 모두에 해당합니다.다리가 붓는 이유수술에서 골반 림프절을 떼어내거나 골반에 방사선을 받으면, 다리에서 올라오는 림프액이 지나던 길이 좁아집니다. 그러면 액체가 다리에 고입니다. 이것이 하지 림프부종입니다.유방암 수술 뒤 팔이 붓는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다만 부인암에서는 팔이 아니라 다리에 옵니다. NCCN 자궁내막암 지침도 자궁암 생존자에게 가장 흔한 부종 부위가 하체라고 적고 있습니다.얼마나 잘 생기나연구마다 편차가 큽니다. 치료 방법과 판정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방향은 일관됩니다. 떼어낸 림프절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수술 뒤 골반에 방사선을 추가로 받을수록 더 잘 생깁니다.수술 후 방사선까지 받은 자궁경부암 환자 192명을 살펴본 연구에서, 45명에게 일상에 지장을 주는 다리 부종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림프절을 25개 이하로 떼어낸 분들에서는 17.8퍼센트, 25개를 넘겨 떼어낸 분들에서는 32.5퍼센트로 갈렸습니다.여기서 1편에서 짚은 감시림프절 생검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암세포가 가장 먼저 도달할 만한 길목의 림프절 몇 개만 확인하고 나머지는 남기는 방법입니다. 떼어내는 수가 줄어드는 만큼 다리가 붓는 부담도 줄어듭니다. 자궁내막암 수술에서 이 방법이 표준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 이 대목이 있습니다.같은 연구에서 눈여겨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종이 나타나기까지 걸린 기간이 중앙값으로 11개월이었습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0년이 넘은 경우까지 있었습니다.이것도 늦게 오는 후유증입니다.첫 신호를 놓치지 않기림프부종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에 잡는 것입니다.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초기에 관리를 시작하면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첫 신호는 눈에 보이는 부기가 아닙니다. 대개 느낌으로 먼저 옵니다.다리가 무겁거나 뻐근합니다. 저녁이면 신발이 꽉 끼고 양말 자국이 깊게 남습니다. 한쪽 종아리가 다른 쪽보다 굵어 보입니다.한쪽만 그렇다면 특히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만 갑자기 한쪽 다리가 붓고 아프면서 열감이 있다면, 그건 림프부종이 아니라 혈전일 수 있습니다. 기다리지 말고 바로 진료를 봐야 합니다.관리에 들어가는 것들관리에는 압박스타킹, 림프 순환을 돕는 도수치료, 그리고 피부를 다치지 않게 지키는 일이 함께 들어갑니다.발에 상처가 나거나 무좀이 생기면 염증으로 번지기 쉬워서, 발 관리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발톱을 너무 짧게 깎지 않고, 맨발로 다니지 않고, 상처가 생기면 작더라도 소독하는 습관이 여기에 해당합니다.체중도 함께 봅니다. 몸무게가 늘면 림프가 흐르는 부담이 커집니다. 특히 자궁내막암은 비만 자체가 이 병의 위험을 올리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NCCN 지침도 생존자 관리 항목에 체중과 당뇨, 고혈압 관리를 따로 적어두고 있습니다.다이어트를 하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치료가 끝난 뒤의 관리 목록에 이것이 정식으로 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걷기처럼 부담이 크지 않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 다리를 아껴 쓰는 것보다 낫습니다.말을 꺼내는 일에 대하여다리가 붓는 이야기를 먼저 하시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대단한 일이 아닌 것 같고, 나이 탓 같고, 물어보기에 사소해 보이기 때문입니다.암 이야기를 하러 온 자리에서 다리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미안하다고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그런데 이것은 시간이 관건인 문제입니다. 초기에 잡아야 진행을 막을 수 있고, 늦게 꺼낼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듭니다.사소해 보여서 참는 것과 몰라서 참는 것은 다릅니다. 적어도 몰라서 참는 일은 없었으면 해서 이 편을 썼습니다.기억해 둘 것첫 신호는 부기가 아니라 무거움한쪽만 갑자기 붓고 아프며 열감이 있으면 즉시 진료떼어낸 림프절이 많을수록 잘 생김발 상처와 무좀 관리도 부종 관리의 일부부종은 수술 몇 달 뒤에 시작되기도 함사소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붓기 시작한 다리를 두고 "이제 와서 뭘 하겠나" 하고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문제는 늦게 시작할수록 손댈 수 있는 폭이 좁아지는 쪽에 속합니다.회복기에는 사소한 이야기를 할 자리가 필요합니다. 양말 자국이 깊어졌다는 말, 신발이 안 맞는다는 말. 그런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관계에서 초기 신호가 잡힙니다.치료를 끝내는 것까지가 아니라 그 뒤의 하루하루까지를 함께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다음 편에서는 치료가 끝난 뒤에도 약과 검사가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수술이 끝나고 항암도 끝났는데 약을 몇 년 더 먹으라고 합니다. 몇 달마다 피를 뽑아 수치도 봅니다. 끝난 것인지 아직 치료 중인지 헷갈리는 것이 당연합니다.아직 병이 남아서가 아닙니다. 다시 자라날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입니다. 힘든 시기는 대개 처음 두 달 안에 오고, 혼자 참지 않고 알리면 대부분 약을 끊지 않고 넘어갑니다.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며 혼란을 조금은 가라앉힐 수 있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LOVE YOUR LIFE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참고문헌NCCN Guidelines for Patients: Uterine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4) — 자궁암 생존자의 하체 림프부종, 감시림프절 생검, 생존자 관리에서의 체중·당뇨·고혈압.NCCN Guidelines for Patients: Cervical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0) — 하지 림프부종 안내.Füller J, Guderian D, Köhler C, Schneider A, Wendt TG. Lymph edema of the lower extremities after lymphadenectomy and radiotherapy for cervical cancer. Strahlenther Onkol. 2008;184(4):206-211. doi:10.1007/s00066-008-1728-3 — 192명 중 45명에서 임상적 하지 림프부종, 중앙 잠복기 11개월(1~121개월), 림프절 25개 이하 절제 17.8퍼센트 대 25개 초과 32.5퍼센트.Bona AF, Ferreira KR, Carvalho RBM, Thuler LCS, Bergmann A. Incidence, prevalence, and factors associated with lymphedema after treatment for cervical cancer: a systematic review. Int J Gynecol Cancer. 2020;30(11):1697-1704. doi:10.1136/ijgc-2020-001682

방사선 치료 후 방광과 장의 후유증 | 메디컬 오 스위트

방사선 치료 후 방광과 장의 후유증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혹시 암 치료의 영향 아닐까?"치료가 끝나고 한참 지나 몸에 변화가 오면 대개 이 생각부터 하십니다. 그리고 곧 다른 생각이 따라옵니다.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이 편은 골반에 방사선을 받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한 글입니다. 자궁경부암으로 방사선을 주된 치료로 받으신 분, 자궁내막암 수술 뒤 골반 방사선을 더하신 분이 모두 해당됩니다.후유증 가운데 어떤 것은 치료가 끝나고 한참 뒤에 처음 나타납니다. 언제쯤 오고 얼마나 가는지를 미리 알아두면, 갑작스러운 일이 예상된 일로 바뀝니다.왜 늦게 오는가방사선은 암세포만 지나가지 않습니다. 자궁경부 바로 앞에 방광이 있고 바로 뒤에 직장이 있습니다. 이 두 곳이 방사선이 지나는 길에 함께 놓입니다.치료 중에 생기는 불편은 점막이 헐어서 오는 것이라 아물면 낫습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방사선을 받은 부위의 작은 혈관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하고 조직이 딱딱해지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은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납니다.그래서 증상도 늦게 나옵니다. 치료가 잘못돼서 뒤늦게 탈이 난 것이 아니라, 원래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변화입니다.장과 방광, 시기가 다릅니다자궁경부암으로 골반 외부 방사선과 근접치료를 받은 환자 60명을, 치료 후 6개월·1년·2년·3년, 그 이후까지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사람 수가 많지 않은 연구라 숫자를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간의 흐름을 보기에는 도움이 됩니다.장 쪽 증상은 치료가 끝나고 1년 무렵에 가장 많이 시작됐습니다. 2년째에 가장 흔했고, 그때 조사 대상의 15.5퍼센트에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3년 안에 나타났다가 정리됐습니다. 3년 시점에는 8.1퍼센트로 줄었습니다. 한 사람이 증상을 안고 지낸 기간은 중앙값으로 약 10개월이었습니다.방광 쪽은 흐름이 조금 다릅니다. 2년째에 한 번 정점을 찍은 뒤, 3년이 지나서도 계속 새로 나타났습니다. 3년 이후 시점에서는 오히려 다시 늘어 23.5퍼센트로 확인됐습니다.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장은 비교적 이르게 오고 대체로 정리되는 편입니다. 방광은 늦게까지 이어지는 편입니다.그리고 좋아집니다여기서 함께 말씀드려야 공평한 숫자가 있습니다.같은 연구에서 마지막 추적 시점까지의 경과를 보면, 장 쪽 증상이 있던 18명 중 12명이 완전히 좋아졌습니다. 방광 쪽은 15명 중 9명이 그랬습니다. 열 명 중 여섯에서 일곱입니다.늦게 온다는 말과 낫지 않는다는 말은 다릅니다. 이 구분만은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어떤 증상을 보면 되는가장 쪽에서는 배변 습관이 달라지는 것이 신호입니다. 설사가 이어지거나, 급하게 마려워 참기 어렵거나, 변에 피가 비치는 경우입니다. 특히 붉은 피가 비치는 것은 방사선을 받은 직장 점막에서 생기는 변화일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방광 쪽은 소변이 자주 마렵고 급해지는 것, 볼 때 아픈 것, 그리고 소변에 피가 비치는 것입니다.여기에 하나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광범위 자궁절제술을 받으신 분은 방사선과 무관하게도 소변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방광으로 가는 신경이 자궁 주변을 함께 지나기 때문입니다. 소변이 마려운 감각이 둔해지거나, 다 본 것 같은데 남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이야기는 8편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어느 경우든 치료가 끝난 지 오래됐다는 이유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진료를 볼 때 "몇 년 전에 골반 방사선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하십시오. 같은 증상이라도 이 정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살펴보는 방향이 달라집니다.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런 증상들은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것입니다.장 쪽은 식사를 조절하고 배변을 규칙적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출혈이 이어지면 내시경으로 그 부위를 직접 처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방광 쪽도 마찬가지로 약과 시술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변에 피가 비치는 경우는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무엇을 하든 첫걸음은 같습니다. 그냥 참는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기억해 둘 것늦게 오는 후유증은 치료 실패가 아님장은 1~2년, 방광은 2년 이후까지 이어짐열 명 중 예닐곱은 완전히 좋아짐변이나 소변에 피가 비치면 확인할 것진료 때 골반 방사선 병력을 먼저 밝힐 것아는 사람의 시간, 모르는 사람의 시간몇 년이 지나 몸에 변화가 왔을 때, 그것이 무엇과 관련된 일인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시간은 다릅니다.한쪽은 "또 시작인가" 하며 혼자 검색창을 붙들고 밤을 보냅니다. 다른 한쪽은 "아, 그때 들었던 그것이구나" 하고 다음 진료 때 이야기를 꺼냅니다. 같은 증상인데 지나는 시간의 무게가 다릅니다.치료가 끝난 뒤의 몇 년까지 함께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회복은 퇴원하는 날 완성되지 않고, 그 뒤로도 한참 이어집니다.다음 편에서는 치료가 끝난 뒤에 다리가 붓는 문제를 다룹니다.흔한데도 진료실에서 먼저 꺼내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저녁마다 양말 자국이 깊게 남는 것을 보면서도 나이 탓이려니 하고 넘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첫 신호는 눈에 보이는 부기가 아니라, 다리가 무겁고 뻐근한 느낌으로 먼저 옵니다.관리도 진료실에서만 하는 일이 아닙니다. 발에 상처가 나지 않게 하는 일, 체중, 그리고 걷는 일이 함께 들어갑니다. 다리를 아껴 쓰는 것보다 꾸준히 걷는 편이 낫습니다.이러한 다리가 붓는 문제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LOVE YOUR LIFE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참고문헌Lee SJ, Kim M, Kwak YK, Kang HJ. The Clinical Course of the Late Toxicity of Definitive Radiotherapy in Cervical Cancer. Medicina (Kaunas). 2024;60(8):1364. doi:10.3390/medicina60081364 · PMC11356016 — 하부 위장관 독성 발생 정점 12개월·24개월 유병률 15.5퍼센트·3년 8.1퍼센트, 방광 독성 24개월 정점 후 36개월 이후 23.5퍼센트, 완전 관해 각각 66.7퍼센트·60퍼센트.NCCN Guidelines for Patients: Cervical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0).The effects of hysterectomy on urinary and sexual functions of women with cervical cancer: a systematic review. Rev Bras Ginecol Obstet. 2022;44(6):613-624. doi:10.1055/s-0042-1748972 — 광범위 자궁절제술 후 배뇨 변화.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는 것 | 메디컬 오 스위트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는 것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진단을 받고 치료 계획을 듣던 중에 이런 궁금증이 생기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왜 저는 수술을 안 하나요."수술을 못 할 만큼 나빠서가 아닙니다. 자궁경부암은 어느 단계부터 수술과 방사선의 치료 성적이 비슷해집니다. 그때부터는 방사선과 항암을 함께 하는 쪽이 표준이 됩니다. 수술이 밀린 것이 아니라 방사선이 선택된 것입니다.반대로 수술을 먼저 받고 나서 방사선이 뒤에 붙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편은 그 두 경우를 함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두 갈래로 들어오는 방사선치료 계획을 들으면 방사선이 두 종류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름이 어려워서 헷갈리기 쉬운데, 구분은 단순합니다. 밖에서 쬐느냐, 안에서 대느냐입니다.하나는 몸 밖에서 골반 전체를 향해 쬐는 방사선입니다. 여러 주에 걸쳐 평일마다 받으러 다니는 것이 이쪽입니다.다른 하나는 기구를 몸 안에 넣어 종양 바로 옆에서 쬐는 방사선입니다. 근접치료라고 부릅니다. 밖에서 쬐는 방사선만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양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에, 마지막에 이 치료로 종양 자리에 집중해서 마무리합니다.근접치료는 횟수가 적은 대신 한 번에 받는 부담이 큽니다. 기구를 넣은 채로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어야 하는 시간이 있고, 경우에 따라 하루나 이틀 그대로 두기도 합니다.이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수술 대신인 경우와, 수술 뒤인 경우같은 방사선이라도 역할이 다릅니다. 이 구분을 알아두시면 자기 치료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리가 됩니다.자궁경부암에서 어느 단계를 넘어가면 수술을 하지 않고 방사선과 항암으로 치료를 마칩니다. 이때 방사선은 수술을 대신하는 주된 치료입니다.자궁내막암은 반대입니다. 수술로 자궁을 절제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떼어낸 조직을 검사한 결과에 따라 방사선이 뒤에 더해집니다. 이때는 질이 아물어 붙은 자리에만 짧게 근접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고, 필요하면 골반 전체에 외부 방사선을 더합니다.자궁경부암에서도 수술 후 검사 결과에 위험인자가 나오면 같은 방식으로 방사선이 추가됩니다.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수술 대신 받는 방사선은 범위가 넓고 기간이 깁니다. 수술 뒤에 더하는 방사선은 범위가 좁고 짧은 편입니다.뒤에 더해졌다고 해서 치료가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남을지 모르는 세포까지 정리하는 절차입니다.항암제를 함께 쓰는 이유수술 대신 방사선을 받는 경우에는 방사선을 받는 동안 항암제를 주 단위로 함께 맞습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항암까지 하는 걸 보니 많이 나쁜가 보다."그렇지 않습니다. 이때의 항암제는 암을 직접 없애려는 것이라기보다, 방사선이 더 잘 듣게 만드는 역할이 큽니다. 시스플라틴 같은 약에는 방사선의 효과를 키우는 성질이 있어, 자궁경부암 치료에서 방사선과 함께 사용됩니다.그래서 투여 방식도 다릅니다. 항암치료만 단독으로 할 때처럼 몇 주에 한 번씩 몰아서가 아니라, 방사선을 받는 5~6주 동안 주 단위로 나누어 들어갑니다.두 가지를 함께 하기 때문에 치료 성적이 올라갑니다. 다만 몸이 겪는 부담도 함께 늘어납니다. 치료 중에 기운이 빠지고 입맛이 없고 피가 묽어지는 것은 대부분 여기서 옵니다.치료를 받는 동안의 몸치료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습니다. 대개 치료가 끝나면 몇 주 안에 가라앉는 것들입니다.설사가 잦고 배가 자주 아픈 증상이 흔합니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볼 때 따끔한 느낌도 자주 옵니다. 방사선이 지나는 길에 방광과 장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방사선이 닿는 부위의 피부가 붉어지고 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운이 없습니다. 이 피로는 치료가 끝난 뒤에도 몇 주에서 몇 달 더 갑니다.매일 같은 시간에 치료실로 향하는 몇 주. 그 시기에는 하루를 넘기는 것이 전부처럼 느껴집니다.그럴수록 참는 것보다 알리는 편이 낫습니다. 설사가 심하면 약으로 조절하고, 먹는 것이 힘들면 방법을 바꿉니다. 견디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치료를 끝까지 계획대로 마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늦게 오는 것이 따로 있습니다여기까지가 치료를 받는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 정작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다음입니다.방사선치료의 후유증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치료 중에 나타났다가 끝나면 사라지는 것, 그리고 치료가 끝나고 한참 뒤에 처음 나타나는 것입니다.치료가 끝나고 한참 뒤에 처음 나타나는 것들이 더 문제가 됩니다. 1년, 2년이 지나 이제 다 잊었다 싶을 때 소변이나 배변에 변화가 오면, 그것이 치료와 관련된 일이라는 생각 자체를 못 하기 때문입니다.치료실을 나선 뒤에마지막 치료를 마치고 나오는 날, 홀가분함과 함께 이상한 허전함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매일 오가던 곳이 사라지고, 몸을 맡길 일정표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그 허전함은 회복이 시작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치료는 병을 향해 있었지만, 지금부터의 시간은 삶을 향해 있습니다.저희는 그 방향이 바뀌는 지점부터를 진짜 시작으로 봅니다.다음 편에서는 치료가 끝난 뒤에 생기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치료가 끝난 뒤 1년, 2년이 지나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느낄 무렵, 몸이 다시 신호를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변화가 치료와 관련된 것인지 미리 알고 있다면,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필요한 대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LOVE YOUR LIFE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참고문헌NCCN Guidelines for Patients: Cervical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0) — 병기별 표준치료, 근접치료, 동시 항암방사선.NCCN Guidelines for Patients: Uterine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4) — 수술 후 질강 근접치료·외부 방사선의 적응.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Ch.94 Gynecologic Malignancies — 방사선 감작제로서의 시스플라틴, 자궁경부암이 그 대표 적응증.Lee SJ, Kim M, Kwak YK, Kang HJ. The Clinical Course of the Late Toxicity of Definitive Radiotherapy in Cervical Cancer. Medicina (Kaunas). 2024;60(8):1364.

항암을 마쳤는데, 손발 저림이 남았습니다 | 메디컬 오 스위트

항암을 마쳤는데, 손발 저림이 남았습니다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항암치료가 끝나면 다 끝난 줄 알았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손끝과 발끝의 저린 느낌만 남아 계속 갑니다.난소암의 1차 항암치료는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을 함께 쓰는 것이 표준입니다. 이 가운데 파클리탁셀은 말초신경에 영향을 주는 약이라, 치료를 마친 뒤에도 저림이 남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자궁내막암에서 수술 뒤 항암치료를 받으신 경우에도 같은 계열의 약을 쓰기 때문에 이 편이 그대로 해당됩니다.왜 손발부터인가파클리탁셀은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를 겨냥하는 약입니다. 다만 이 약이 영향을 주는 범위 안에 감각을 전하는 신경도 함께 들어갑니다.감각 신경은 몸의 중심에서 손끝과 발끝까지 길게 뻗어 있습니다. 그래서 약의 영향을 받으면 그 긴 길의 가장 먼 끝부터 먼저 흔들립니다. 증상이 늘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하는 이유입니다.그 부위가 약해서가 아니라, 몸의 중심에서 가장 멀기 때문입니다.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릿하기도 하고, 남의 살처럼 둔하기도 하고, 바늘로 찌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블라우스 단추를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고, 지갑에서 동전이 잘 집히지 않는다면 손의 감각이 떨어진 것입니다. 발바닥에 뭔가 한 겹 덧대어진 것 같다면 발의 감각이 떨어진 것입니다.얼마나 오래 가는가이러한 증상은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습니다.난소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분들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 치료를 마치고 최대 12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절반가량이 신경 증상을 안고 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른 추적 연구에서는 2년째에도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심한 감각 이상을 호소했습니다.다만 종류에 따라 경과가 다릅니다. 힘이 빠지는 쪽의 증상은 1년쯤 지나며 뚜렷하게 좋아졌습니다. 반면 감각이 무뎌지는 쪽은 잘 변하지 않았습니다.낫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입니다. 치료가 끝난 지 몇 달 만에 그대로라고 해서, 평생 그대로일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저림보다 위험한 것저림 증상 자체도 물론 불편합니다. 다만 감각이 떨어지면서 넘어지는 일은 더욱더 조심하셔야 하는 부분입니다.발바닥 감각이 떨어지면 발이 바닥 어디를 딛고 있는지가 흐릿해집니다. 여성 암 생존자 512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저림 증상이 남아 있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넘어질 위험이 1.8배였습니다. 걸음이 느려지고 보폭이 짧아지는 변화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양쪽 난소를 함께 절제하셨다면 뼈도 같이 약해져 있습니다. 감각이 둔한 상태에서 뼈까지 약해져 있으면, 한 번 넘어지는 것이 회복 전체를 되돌려 놓을 수 있습니다.집 안에서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밤에 화장실 가는 길에 작은 불을 켜두세요. 바닥에 깔린 얇은 매트와 전선을 치우고, 욕실에는 미끄럼방지 매트를 둡니다. 슬리퍼보다는 뒤가 막힌 신발이 안전합니다.발은 매일 한 번 눈으로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감각이 둔하면 상처가 나도 모르고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뜨거운 물의 온도도 손이 아니라 온도계나 팔 안쪽으로 확인하는 쪽이 좋습니다.약으로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저림을 미리 막아주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는 2020년 지침에서 저림을 예방하기 위해 권고할 만한 약이 없다는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좋다고 알려졌던 보조제 가운데 오히려 권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정리된 것도 있습니다.이미 생긴 저림에 통증이 동반될 때는 둘록세틴이라는 약이 유일하게 근거를 갖춘 선택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같은 지침이 그 효과의 크기가 크지는 않다고 함께 적고 있습니다.그러니 "저림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먼저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항암 중에는 성분끼리 부딪히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좋다는 것을 더하는 쪽보다, 확인하고 더하는 쪽이 안전합니다.함께 오는 것들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파클리탁셀을 쓰면 대부분 겪는 일입니다. 치료가 끝나면 다시 자랍니다. 처음 자라는 머리카락은 굵기나 곱슬 정도가 전과 다를 수 있습니다.기운이 없는 것도 흔합니다. 항암 중의 피로는 자고 나면 풀리는 피로와 성격이 다릅니다. 억지로 참기보다, 하루 중 가장 기운이 나는 시간대를 찾아 그때 필요한 일을 배치하는 편이 낫습니다.구역질과 입맛 변화는 미리 약을 쓰면 상당 부분 다스려집니다. 참았다가 심해진 뒤에 쓰는 것보다 앞서 쓰는 편이 효과가 좋습니다.기억해 둘 것저림은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함감각 저하는 힘 빠짐보다 오래 감저림이 있으면 낙상 위험이 높아짐발은 매일 눈으로 확인할 것물 온도는 손 대신 팔 안쪽으로 확인저림에 좋다는 것은 먼저 확인하고 쓸 것흔적을 안고 걷는 일저림이 남았다는 것은 치료가 잘못되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몸이 감당해낸 치료의 흔적입니다.그 흔적을 지우는 일에만 매달리기보다, 그 흔적을 안고 넘어지지 않는 쪽이 지금은 더 중요합니다. 단추를 채우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아침도, 결국은 다시 이어가는 일상의 일부입니다.저희가 함께 보는 것은 검사 수치만이 아닙니다. 오늘 그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발로 어디까지 걸을 수 있는지까지입니다.다음 편에서는 방사선치료를 다룹니다.같은 부인암이라도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고, 수술 없이 방사선으로 치료를 마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방사선치료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고 그동안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LOVE YOUR LIFE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참고문헌Loprinzi CL, Lacchetti C, Bleeker J, et al. Prevention and Management of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in Survivors of Adult Cancers: ASCO Guideline Update. J Clin Oncol. 2020;38(28):3325-3348. — 예방 목적 권고 약제 없음, 통증 동반 시 둘록세틴만 근거 있음.Ezendam NPM, Pijlman B, Bhugwandass C, et al.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and its impact on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among ovarian cancer survivors: PROFILES registry. Gynecol Oncol. 2014;135(3):510-517.Tanay MAL, Armes J, Ream E. Course of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among ovarian cancer patients: a longitudinal study. Gynecol Oncol. 2018.Winters-Stone KM, Horak F, Jacobs PG, et al. Falls, Functioning, and Disability Among Women With Persistent Symptoms of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J Clin Oncol. 2017;35(23):2604-2612. — 저림 증상군의 낙상 위험 1.8배.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Ch.94 Gynecologic Malignancies — 1차 항암은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병용.NCCN Guidelines for Patients: Ovarian Cancer, 2025 (Version 3.2025).

자궁암·난소암 수술 후 회복의 순서 | 메디컬 오 스위트

자궁암·난소암 수술 후 회복의 순서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수술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온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말은 대개 비슷합니다."이제 뭘 하면 안 되나요."같은 병동에 계신 분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릅니다. 자궁내막암으로 자궁을 절제하신 분, 난소암 수술로 배를 크게 여신 분, 초기 자궁경부암으로 광범위 절제를 받으신 분. 진단서에 적힌 병명은 서로 다릅니다. 그런데 수술 직후 며칠 동안 몸이 겪는 일은 비슷합니다.수술의 크기가 다른 이유같은 부인암이라도 수술의 범위는 크게 갈립니다. 옆 침대와 비교하며 "왜 나만 이렇게 크게 열었나" 싶으셨다면, 그 답부터 드리겠습니다.자궁내막암은 자궁과 양쪽 난소·나팔관을 절제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부정출혈 덕분에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수술 하나로 치료가 마무리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난소암은 사정이 다릅니다. 자궁과 양쪽 난소·나팔관에 더해, 배 안쪽을 덮고 있는 지방막인 대망까지 함께 절제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배를 세로로 길게 여는 경우도 흔합니다.이유는 하나입니다. 눈에 보이는 종양을 남김없이 떼어낸 경우가, 일부라도 남은 경우보다 이후 경과가 뚜렷하게 좋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확인되어 있습니다. 수술이 큰 것은 병이 나빠서라기보다, 크게 하는 편이 결과가 낫기 때문입니다.초기 자궁경부암은 떼는 방향이 다릅니다. 자궁과 자궁경부만이 아니라, 자궁을 양옆에서 붙들고 있는 조직과 인대, 질의 위쪽 일부까지 함께 떼어냅니다. 광범위 자궁절제술이라고 부릅니다.자궁내막암 수술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에 더해 위쪽의 난소와 나팔관을 뗍니다. 자궁경부암은 난소를 남기는 경우가 있는 대신, 자궁 양옆으로 더 넓게 뗍니다. NCCN 지침도 자궁경부암 수술에서 난소는 뗄 수도 있고 남길 수도 있다고 적고, 폐경 전이라면 남기는 쪽의 득실을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라고 안내합니다.암이 번져 나가는 길이 서로 다릅니다. 떼는 범위도 그 길을 따라 갈립니다.왜 여러 곳에서 조직을 떼는가수술 기록을 받아보고 놀라시는 분이 있습니다. 종양이 있던 자리 말고도 여러 곳에서 조직을 떼어냈다고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병기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배 안에 물이 고여 있었다면 그 물을 받아 검사합니다. 물이 없으면 배 안을 특수한 액체로 헹궈낸 뒤, 그 액체에 암세포가 있는지 봅니다. 복강세척이라고 부릅니다.림프절도 함께 확인합니다. 최근에는 암세포가 가장 먼저 도달할 만한 길목의 림프절 몇 개만 골라 확인하는 감시림프절 생검을 쓰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떼어내는 림프절 수가 줄면 다리가 붓는 부작용도 함께 줄어듭니다. 이 이야기는 5편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조직을 여러 곳에서 뗀 것은 병이 넓게 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확인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배를 열었다면, 그것도 이유가 있습니다"요즘은 다 배꼽으로 하는 최소침습 아닌가요."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2020년 란셋 온콜로지에 실린 대규모 국제 임상시험에서, 초기 자궁경부암에 광범위 자궁절제술을 복강경으로 시행했더니 개복수술보다 재발률이 높고 무병생존율이 낮았습니다. 그 뒤로 초기 자궁경부암의 표준 수술법은 다시 개복으로 돌아왔습니다.같은 연구에서 삶의 질 자체는 두 방식이 비슷했다는 점도 함께 보고되었습니다. 배를 더 열었다고 회복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자궁내막암처럼 위험이 낮은 경우에는 최소침습수술이 여전히 널리 쓰입니다. 수술법은 병의 종류와 범위를 보고 정해집니다. 최신 방법이 늘 더 나은 방법인 것은 아닙니다.장이 다시 움직이기까지수술 직후 가장 흔한 고비는 통증이 아니라 장입니다. 배 안을 만진 수술이라 장이 한동안 멈춰 있습니다. 배가 팽팽하게 불러오고, 가스가 나오지 않고, 물만 마셔도 더부룩합니다.이 시간을 앞당기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일찍 걷고, 일찍 먹는 것입니다.수술 다음 날부터 조금씩 걷고 물부터 시작해 단계를 올리는 회복 프로토콜을 적용한 연구에서, 장이 멈추는 장마비가 15.7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줄었습니다. 입원 기간도 함께 짧아졌습니다.누워 있는 것이 몸을 아끼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링거대를 밀며 복도 끝까지 다녀오는 그 몇 분이, 장을 깨우고 다리 정맥에 피가 고여 생기는 혈전을 막습니다.식사는 물에서 미음으로, 가스가 확인되면 죽으로, 그다음 일반식으로 올립니다. 한 번에 많이 드시는 것보다 조금씩 자주 드시는 편이 낫습니다.상처와 줄, 그리고 체중개복이든 복강경이든 처음 며칠은 상처의 통증과 뻐근함이 가장 큽니다. 통증은 참는 것이 아니라 처방받은 진통제로 미리 다스리는 편이 회복에 유리합니다. 통증이 심하면 움직임 자체가 줄어 오히려 회복이 늦어집니다.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손이나 베개로 상처 부위를 지그시 받쳐줍니다. 상처를 씻을 때는 문지르지 말고 흐르는 물로 헹구듯 씻어냅니다.배액관, 소변줄, 수액줄은 회복이 확인되는 순서대로 하나씩 빠집니다. 줄이 하나씩 줄어드는 것, 그것이 회복의 눈금입니다.배 안에 물이 차 있던 분은 그 물이 빠지면서 체중이 줄기도 합니다. 여기서 회복 관리를 그만두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재료가 필요합니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회복이 늦어집니다. 입맛이 없더라도 고기, 생선, 달걀, 두부는 조금씩이라도 챙기시는 편이 낫습니다.이런 신호는 알려야 합니다회복 중의 흔한 불편과, 바로 알려야 하는 신호는 구분됩니다.배가 계속 불러오면서 구토가 반복되면 장이 막힌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열이 나거나 수술 부위가 붉게 붓고 진물이 나오면 감염을 의심합니다. 질 출혈이 갑자기 늘어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다리 한쪽만 붓고 아프면 혈전일 수 있어 기다리지 말아야 합니다.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도 그냥 넘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운전, 직장 복귀, 운동 재개 시점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대체로 개복수술은 4~6주, 최소침습수술은 2~4주를 기준으로 삼되, 실제 복귀 시점은 담당의와 몸 상태를 보고 정합니다.골반 안쪽을 받치는 골반저 근육은 수술 부위와 가까워 함께 놀라 있는 상태입니다. 수술 후 6주 정도는 무거운 것을 들거나 성관계를 피하고, 이후부터 재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이 6주는 정해진 가이드라인이라기보다, 봉합 부위가 아무는 시간을 보수적으로 잡아온 의료 현장의 관행에 가깝습니다.기억해 둘 것수술 범위가 큰 것은 병이 나빠서가 아님일찍 걷는 것이 장을 깨우고 혈전을 막음식사는 물에서 죽으로 단계를 올릴 것배가 불러오며 구토가 반복되면 바로 알릴 것다리 한쪽만 붓고 아프면 즉시 진료회복은, 지금부터입니다수술이 끝난 날을 치료의 마지막 날로 기억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대개는 그날을 다른 것이 시작된 날로 기억합니다.몸이 스스로 아물어가는 시간입니다.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회복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속도가 곧 치료 결과를 말해주는 것도 아닙니다.저희가 함께 보는 시간은 수술이 끝난 그다음 날부터입니다. 병을 떼어낸 자리에 일상을 다시 채워 넣는 일, 그것이 이 시리즈가 열 편에 걸쳐 이야기하려는 것입니다.다음 편에서는 항암치료를 마친 뒤에도 손끝과 발끝에 저린 느낌이 남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치료는 분명 끝났는데 저림이 남아, 다 나은 것인지 아닌지 스스로도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왜 하필 몸의 가장 끝에서부터 저림이 시작되는지, 그리고 그 감각이 어떤 과정을 따라 옅어지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LOVE YOUR LIFE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참고문헌NCCN Guidelines for Patients: Uterine Cancer. Based on NCCN Guidelines® for Uterine Neoplasms, Version 2.2026 (2025-11-14) — 자궁내막암 수술 범위, 복강세척, 감시림프절 생검.NCCN Guidelines for Patients: Cervical Cancer, 2026 (Version 2.2026, 2025-11-10).NCCN Guidelines for Patients: Ovarian Cancer, 2025 (Version 3.2025, 2025-07-16).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Ch.94 Gynecologic Malignancies — 완전절제 시 중앙생존 60개월 초과, 잔존 종양 시 28–42개월.Frumovitz M, Obermair A, Coleman RL, et al. Quality of life in patients with cervical cancer after open versus minimally invasive radical hysterectomy (LACC). Lancet Oncol. 2020;21(6):851-860.Outcomes of 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 in Gynecologic Oncology: A Review. J Clin Med. 2022.

「갑상선암, 치료 그 후」 ④ '착한 암'이라는데, 왜 나는 자꾸 불안할까요

「갑상선암, 치료 그 후」 ④ '착한 암'이라는데, 왜 나는 자꾸 불안할까요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몸의 후유증이 조금씩 가라앉을 무렵, 많은 분이 뜻밖의 벽을 만납니다. 상처는 아물어 가는데 마음은 오히려 더 무거워지는 것입니다.피검사 날짜가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잠이 얕아지고, 목에 작은 이물감만 느껴져도 덜컥 겁이 납니다. 주변에서는 "착한 암이라 다행이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말이 위로가 되기는커녕 외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마음은, 유별난 것이 아닙니다.재발이 두려운 마음갑상선암 치료의 마지막 단계는 대개 '추적'입니다. 피검사로 갑상선글로불린(Tg)이라는 수치를 확인하고, 초음파로 목을 살피며 오랜 시간 경과를 지켜봅니다.문제는, 검사 철이 돌아올 때마다 불안이 함께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갑상선암을 다룬 여러 연구를 모아 보면, 경과가 좋은 분들 사이에서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흔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몸에 작은 신호 하나만 나타나도 겁이 나는 것은, 큰 병을 이겨 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다행히 갑상선암은 설령 재발하더라도 대부분 추가 치료로 관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정기검사는 나쁜 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혹시 문제가 있어도 일찍 발견해 대응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가깝습니다.이 두려움은 억지로 지운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신 정기검사를 '불안을 확인하는 무서운 절차'가 아니라 '내 몸을 계속 돌보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는 편이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합니다.'착한 암'의 역설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은 편이라 흔히 '착한 암'이라 불립니다. 그런데 바로 그 표현이, 환자를 외롭게 만들기도 합니다."별거 아니라며?", "요즘은 금방 낫는다던데"라는 말 앞에서, 정작 매일 약을 챙기고 검사 결과에 마음 졸이는 당사자는 자신의 힘듦을 털어놓기가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갑상선암을 겪은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치료가 필요할 만한 수준의 불안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특히 수술 후유증이 남은 경우 그 경향이 더 두드러집니다.진료실에서 저는 '남들 눈에 가벼워 보이는 병일수록 정작 앓는 사람은 더 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힘듦의 크기는 병의 이름이 아니라, 그것을 매일 겪어 내는 사람의 하루로 재는 것이 맞습니다.그러니 힘든 마음을 '이 정도로 유난 떤다'며 삼키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자 감당하기 버거울 때는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털어놓는 것이 좋고,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심리 상담의 도움을 받는 것도 회복의 한 방법입니다.다시 일상으로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또 하나 마주하는 물음이 있습니다. '일상으로 어떻게 돌아갈까'입니다.주변에서는 "이제 다 나았으니 예전처럼 지내라"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체력도 집중력도 예전 같지 않아 조급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회복에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거나 달력에 정해 둔 기한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기보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내일 조금 더 늘려 가는 편이 멀리 봤을 때 더 단단한 복귀로 이어집니다.직장으로 돌아갈 때도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보다, 가능하다면 업무 강도를 서서히 올리며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서두르지 않는 것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자기 몸을 아는 사람의 지혜입니다.가족의 역할도 큽니다. '이제 다 나았으니 괜찮겠지'라고 지레짐작하기보다, 아직 회복 중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곁에서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회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입니다. 오늘 조금이라도 나아가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네 편을 닫으며지금까지 네 편에 걸쳐, 갑상선암 치료 후의 재활을 이야기했습니다. 목소리와 어깨를 되찾는 일, 매일의 약과 칼슘과 뼈로 몸의 균형을 맞추는 일, 방사성요오드 치료 뒤의 몸을 다스리는 일, 그리고 오늘의 마음과 일상까지.관통하는 이야기는 하나였습니다. 갑상선암 치료의 진짜 마무리는 종양을 떼어낸 순간이 아니라, 그 뒤의 시간을 어떻게 회복해 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어제보다 조금 더 걸었다면, 한 끼를 조금 더 잘 챙겼다면, 오늘 마음을 한 번 덜 졸였다면 — 회복은 이미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걸음을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치료 이후의 시간은, 그저 견디는 날이 아니라 다시 나를 살려 내는 날이 될 수 있습니다.LOVE YOUR LIFEⓒ Medical O Suite참고문헌Ringel MD, Sosa JA, Baloch Z, et al. 2025 American Thyroid Association management guidelines for adult patients with 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Thyroid. 2025;35(8):841–985.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분화암 진료권고안 2024. International Journal of Thyroidology. 2024;17(1):1.Hampton J, Alam A, Zdenkowski N, et al. Fear of cancer recurrence in 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survivors: a systematic review. Thyroid. 2024;34(5):541–558.Rogers SN, Mepani V, Jackson S, Lowe D.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fear of recurrence, and emotional distress in patients treated for thyroid cancer. Br J Oral Maxillofac Surg. 2017;55(7):666–673.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심리적 어려움이 클 때는 담당 의료진이나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갑상선암, 치료 그 후」 ③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마치고, 입이 마르고 기운이 없을 때

「갑상선암, 치료 그 후」 ③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마치고, 입이 마르고 기운이 없을 때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수술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 뒤에 '방사성요오드 치료'라는 낯선 과정을 한 번 더 지납니다. 며칠간 저요오드식을 하고, 격리된 방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몸은 또 새로운 신호를 보냅니다.입이 바싹 마르고, 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않으며, 무엇보다 기운이 쭉 빠집니다. 치료는 끝났는데 왜 몸은 더 지칠까.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가면 좋을까요.방사성요오드 치료란 무엇인가갑상선 세포는 요오드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방사성요오드 치료는 이 성질을 이용해, 수술 후 남아 있을 수 있는 갑상선 조직이나 미세한 암세포를 안에서부터 정리하는 치료입니다.다만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개정된 미국갑상선학회 진료지침은 재발 위험을 네 단계로 더 촘촘히 나누었고, 재발 위험이 낮은 경우 이 치료를 일상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예전보다 훨씬 강한 근거로 못 박았습니다. 받을지 말지는 환자 개개인의 위험도를 따져 결정하게 됩니다.준비 방법이 바뀌었습니다치료를 받게 되면 그 전에 TSH라는 호르몬을 충분히 끌어올려야 합니다. 요오드가 갑상선 조직에 잘 흡수되게 만드는 준비 과정입니다.예전에는 이를 위해 갑상선호르몬제를 몇 주간 끊는 방법을 많이 썼습니다. 몸을 일부러 갑상선기능저하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 이 시기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온몸이 붓고, 처지고, 머리가 멍해집니다.개정된 지침은 여기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약을 끊는 대신 TSH를 주사로 올리는 방법을 우선 권합니다. 근거의 강도도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약을 끊는 방식이 필요한 경우도 남아 있지만, "무조건 몇 주를 앓으며 견뎌야 한다"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습니다.저요오드식은 대개 1~2주 정도 합니다. 이때 소금까지 무리하게 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트륨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격리 기간에는 가족과도 잠시 거리를 두어야 해서 외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병이 위중해서가 아니라 주변을 위한 짧은 배려의 시간일 뿐, 대부분 며칠 안에 일상으로 돌아옵니다.침샘과 입마름, 그리고 달라진 입맛치료 후 가장 흔히 겪는 불편이 입마름과 미각 변화입니다. 방사성요오드는 갑상선뿐 아니라 침샘에도 일부 모이는데, 이 과정에서 침샘이 자극을 받으면 침 분비가 줄어 입이 마르고, 침샘이 붓거나 아플 수 있습니다.262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치료 첫해에 침샘 관련 증상을 겪은 분은 열에 넷 정도였습니다. 다만 대부분 회복되었고, 7년 뒤까지 증상이 남은 분은 5%가 되지 않았습니다. 흔하지만 대개 지나가는 불편이라는 뜻입니다.관리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흔히 '신맛 나는 사탕이나 레몬으로 침샘을 자극하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데, 지금 지침은 이 방법을 권하지도 말리지도 않습니다.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오히려 시점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치료 직후 한 시간 안에 신맛 사탕을 먹으면 하루쯤 지나 시작하는 것보다 침샘 손상이 더 컸다는 연구가 있고, 레몬을 아주 이른 시점에 쓰면 침샘이 받는 방사선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반대로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도 있어, 결론이 아직 나지 않은 영역입니다.그러니 신맛 자극은 스스로 판단해 시작하지 마시고, 언제부터 어떻게 할지 담당 의료진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지침이 분명하게 권하는 것은 수분 섭취입니다. 물을 자주 마시고 입안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 이것이 기본입니다.침샘이 붓고 아플 때는 소염진통제로 대개 좋아지고, 심하면 짧게 스테로이드를 쓰기도 합니다. 국소적으로 얼음을 대는 것이 통증을 덜어 주기도 합니다.한 가지 덧붙입니다. 입이 마른 상태가 이어지면 충치가 잘 생깁니다. 입마름이 오래간다면 치과에서 예방 관리를 함께 상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기력과 체중 — 다시 몸을 움직이기치료를 마친 뒤 유난히 지치고 무기력하다고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여기에는 호르몬 상태의 변화, 치료 과정의 피로, 격리 기간의 위축된 활동이 함께 작용합니다.이때 많은 분이 "기운 없으니 푹 쉬자"며 자리에 눕지만, 뜻밖에도 회복을 돕는 것은 완전한 안정보다 '적당히 몸을 움직이는 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걷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규칙적으로 이어 가는 것이, 피로를 줄이고 기분과 체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물론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내일 조금 더 늘려 가는 편이, 멀리 봤을 때 더 단단한 회복으로 이어집니다.몸이 지쳐 있을수록, 회복은 완전히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데서 시작됩니다.기억해 둘 것방사성요오드 치료 후의 불편은 대부분 지나가는 과정입니다. 다만 이렇게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첫째, 입마름 관리의 기본은 물과 청결입니다.둘째, 신맛 사탕이나 레몬은 시점에 따라 해가 될 수 있으니 임의로 시작하지 말 것.셋째, 무기력할수록 완전히 눕기보다 가벼운 걷기부터 천천히 몸을 움직일 것.넷째, 이 치료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고 준비 방법도 달라졌으니,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할 것.지치는 시기를 지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급해하지 않고 몸의 속도에 맞춰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입니다.LOVE YOUR LIFEⓒ Medical O Suite참고문헌Ringel MD, Sosa JA, Baloch Z, et al. 2025 American Thyroid Association management guidelines for adult patients with 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Thyroid. 2025;35(8):841–985.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분화암 진료권고안 2024. International Journal of Thyroidology. 2024;17(1):1.Grewal RK, Larson SM, Pentlow CE, et al. Salivary gland side effects commonly develop several weeks after initial radioactive iodine ablation. J Nucl Med. 2009;50(10):1605–1610.Prevention of salivary gland dysfunction in patients treated with radioiodine for 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Front Endocrinol (Lausanne). 2022;13:960265.Campbell KL, Winters-Stone KM, Wiskemann J, et al. Exercise guidelines for cancer survivors: consensus statement from International Multidisciplinary Roundtable. Med Sci Sports Exerc. 2019;51(11):2375–2390.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 여부와 관리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갑상선암, 치료 그 후」 ② 매일 아침 약 한 알, 그리고 저릿한 손발

「갑상선암, 치료 그 후」 ② 매일 아침 약 한 알, 그리고 저릿한 손발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수술을 마치고 퇴원할 때, 손에 작은 약병 하나가 쥐여집니다. "이제 이 약을 매일 드셔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한마디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평생'이라는 말이 문득 무겁게 다가옵니다.거기에 며칠 사이 입가와 손끝이 저릿저릿해 오면, 걱정은 한층 커집니다. 몸의 균형이 어딘가 어긋난 듯한 이 느낌. 왜 생기고, 어떻게 다시 맞춰 갈 수 있을까요.갑상선호르몬제 — 없어진 갑상선을 대신하는 약갑상선은 우리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만드는 기관입니다. 갑상선을 전부 또는 대부분 떼어내면, 그 역할을 대신할 호르몬을 약으로 채워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갑상선호르몬제는 '부족한 것을 메우는 약'입니다.약은 대개 아침 공복에 물과 함께 먹고, 30분 정도 뒤에 식사하는 것이 흡수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커피나 칼슘·철분제와 시간 간격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처음 몇 달은 피검사로 용량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시기이니, 스스로 판단해 끊거나 양을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달라진 기준 — TSH를 무조건 낮추던 시대는 지났습니다갑상선암 환자에게 이 약은 한 가지 역할이 더 있습니다. 갑상선을 자극하는 호르몬(TSH)을 낮게 유지해 재발을 억제하는 일입니다.그런데 이 부분의 기준이 최근 바뀌었습니다. 국제 표준으로 통하는 미국갑상선학회 진료지침이 지난해 10년 만에 개정되면서, TSH를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예전에는 위험도에 따라 TSH를 정상보다 낮은 구간까지 눌러 두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재발 위험이 낮거나 중간 정도인 분은 TSH 목표가 '정상 범위 안'입니다. 정상보다 더 낮추는 것은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원칙이 아니라, 이득과 위험을 따져 개별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되었습니다.기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발의 증거가 없는 저위험·중간위험 환자에게 장기간 TSH를 억제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정한 목표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득과 실을 다시 따져 보도록 권합니다.왜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이유가 바로 다음 이야기입니다.부갑상선과 저칼슘 — 손발 저림의 정체먼저 손발 저림입니다. 갑상선 뒤편에는 좁쌀만 한 부갑상선이 보통 네 개 붙어 있는데, 이 작은 기관이 몸의 칼슘 농도를 조절합니다.갑상선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이 부갑상선이 일시적으로 눌리거나 혈류가 줄면, 혈중 칼슘이 떨어지면서 입 주변과 손끝·발끝이 저리고, 심하면 근육이 뻣뻣하게 당기는 느낌이 올 수 있습니다. 이런 일시적인 저칼슘은 수술 직후 드물지 않게 나타나지만, 대부분 수 주에서 수 개월 안에 부갑상선 기능이 회복되며 좋아집니다. 6개월이 지나도 지속되는 영구적인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중요한 것은 참지 않는 것입니다. 저림이나 경련이 느껴질 때는 견디기보다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합니다. 대개 칼슘과 비타민D를 보충하면 증상이 가라앉고, 회복 상태를 보며 약을 서서히 줄여 가게 됩니다.뼈를 지키기 — 기준이 바뀐 진짜 이유TSH를 낮게 유지하는 상태가 길어지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이 이 영향에 취약합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의 위험도 함께 올라갑니다.숫자로 보면 더 분명합니다. 재발 위험이 낮거나 중간인 환자 771명을 살펴본 연구에서, TSH를 더 낮게 유지한 분들은 골다공증과 심방세동이 더 많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재발 위험은 그렇지 않은 분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얻은 것 없이 뼈와 심장만 부담을 진 셈입니다.개정된 지침이 TSH 억제를 느슨하게 가져가도록 방향을 튼 배경이 이것입니다. 그러니 '약을 끊어야 한다'가 아니라, '목표를 담당 의료진과 다시 확인해 볼 만하다'가 맞는 결론입니다. 수술한 지 몇 년이 지났다면 특히 그렇습니다.그리고, 움직이는 일뼈를 지키는 데는 약과 검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우리나라 갑상선암 수술 환자 7만 4천여 명을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한 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척추 골절이 30%, 고관절 골절이 60% 적었습니다.무엇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수술 전에는 운동을 하지 않다가 수술 후에 시작한 분들도 척추 골절이 22% 줄었습니다. 늦게 시작해도 몸은 반응한다는 뜻입니다.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걷기처럼 뼈에 체중이 실리는 활동과 가벼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여기에 칼슘과 비타민D를 챙기고, 필요하면 정기적으로 골밀도를 확인하면 됩니다.몸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일은, 한 번의 큰 결심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습관으로 이루어집니다.기억해 둘 것그러니 매일의 약 한 알을 '평생의 짐'이 아니라 '균형을 지키는 습관'으로 받아들이시길 권합니다.첫째, 갑상선호르몬제는 스스로 끊거나 용량을 바꾸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둘째, 손발 저림·경련은 참지 말고 바로 알릴 것.셋째, TSH를 얼마나 낮게 유지할지는 기준이 바뀌었으니, 진료 때 한 번 여쭤 볼 것.넷째, 오늘부터 걸어도 뼈는 반응합니다.균형은 한 번 맞춰 놓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다시 맞춰 가는 것입니다.LOVE YOUR LIFEⓒ Medical O Suite참고문헌Ringel MD, Sosa JA, Baloch Z, et al. 2025 American Thyroid Association management guidelines for adult patients with 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Thyroid. 2025;35(8):841–985.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분화암 진료권고안 2024. International Journal of Thyroidology. 2024;17(1):1.Orloff LA, Wiseman SM, Bernet VJ, et al. American Thyroid Association statement on postoperative hypoparathyroidism: diagnosis, prevention, and management in adults. Thyroid. 2018;28(7):830–841.Effect of TSH suppression therapy on bone mineral density in 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Clin Endocrinol Metab. 2021;106(12):3655–3667.Kim J, Han K, Jung JH, et al. Physical activity and reduced risk of fracture in thyroid cancer patients after thyroidectomy — a nationwide cohort study. Front Endocrinol (Lausanne). 2023;14:1173781.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약 복용과 검사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갑상선암 치료 그 후」 ① 목소리와 어깨가 예전 같지 않아요

「갑상선암 치료 그 후」 ① 목소리와 어깨가 예전 같지 않아요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갑상선암은 흔히 '착한 암'이라 불립니다. 그만큼 잘 낫는다는 뜻이지만, 정작 수술과 치료를 마친 분들은 뜻밖의 고민을 안고 진료실을 찾습니다.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고, 팔이 잘 올라가지 않으며, 매일 약을 챙기고, 문득 재발이 두렵습니다. 치료의 끝이 곧 회복의 완성은 아니기 때문입니다.이 연재에서는 갑상선암 치료 후에 필요한 '재활'을, 대한갑상선학회 진료권고안과 미국갑상선학회(ATA) 지침 등 국내외 권위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몸에서 마음까지 순서대로 짚어 보려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수술 부위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변화 — 목소리와 목, 그리고 어깨 이야기입니다.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며칠이 지난 어느 아침, 거울 앞에서 문득 낯선 목소리를 듣습니다. 잠긴 듯 갈라지고, 조금만 말해도 금세 지칩니다.팔을 들어 머리를 빗으려는데 어깨가 무겁고 잘 올라가지 않습니다. 분명 "수술은 잘됐다"고 들었는데, 몸은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럴 때 많은 분이 속으로 이렇게 묻습니다. 나만 이런 걸까, 혹시 잘못된 건 아닐까.지금부터 말씀드릴 변화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좋아지고, 무엇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회복의 속도가 달라집니다.목소리 — 되돌이후두신경이 지나가는 자리 먼저 목소리 이야기입니다. 갑상선 바로 뒤에는 성대를 움직이는 가느다란 신경, 되돌이후두신경이 지나갑니다. 갑상선과 워낙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수술 과정에서 이 신경이 살짝 눌리거나 자극을 받으면 한동안 성대의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그 결과 목소리가 쉬거나, 높은 소리가 잘 안 나거나, 오래 말하면 쉽게 지치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일시적인 변화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며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겉으로 보아 신경이 끊기지 않은 경우라면 회복까지 대략 두 달 안팎이 걸린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특히 말을 많이 하거나 노래하는 일을 하시는 분은 이 변화가 더 예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조급하게 큰 소리를 내려 애쓰면 오히려 성대에 부담이 됩니다. 회복 초기에는 목을 편히 쉬게 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회복이 더디게 느껴질 때는 음성치료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목소리 재활을 받은 환자들의 회복 경과를 살핀 연구들이 있으니, '그저 기다리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어깨 — 의외로 자주 놓치는 재활 다음은 어깨입니다. 의외로 많은 분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갑상선암이 목 옆쪽 림프절까지 번졌을 때는 그 부위를 함께 청소하는 수술(경부청소술)을 하게 되는데, 이 근처에 어깨를 들어 올리는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 척수부신경이 지나갑니다. 이 신경이 수술 중 자극을 받으면 승모근의 힘이 약해지면서 어깨가 처지고, 팔을 옆으로 들어 올리기가 어려워지며, 뻐근한 통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갑상선 수술을 받은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수술 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어깨 불편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아프다는 이유로 어깨를 아예 쓰지 않고 오래 두면, 오히려 관절이 굳어 오십견처럼 팔이 더 올라가지 않는 이차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통증이 심하지 않은 범위에서 조금씩이라도 어깨를 움직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활은 거창한 운동이 아닙니다. 벽에 손끝을 대고 천천히 위로 걸어 올라가듯 팔을 들어 보는 동작처럼, 일상에서 반복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실제로 이런 점진적인 재활 운동이 어깨의 통증과 기능을 함께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목의 흉터, 그리고 삼킴 여기에 더해, 수술 부위의 흉터가 아물면서 목이 당기거나 뻣뻣하게 느껴지는 분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흉터가 충분히 아문 뒤부터 목을 천천히 스트레칭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유착과 굳음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목 스트레칭은 그동안 '해 보면 좋다더라' 정도로 이야기되던 방법이었는데, 최근 여러 임상시험을 한데 모아 분석한 연구에서 수술 후의 목 통증과 불편을 실제로 줄여 준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어떤 동작을 언제부터 어떻게 하면 되는지는 따로 한 편을 마련해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흉터는 처음 몇 달간 붉고 도드라져 보이다가 차차 옅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다만 이 시기에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색이 짙게 남을 수 있어, 외출할 때 가볍게 가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삼킬 때의 이물감이나 목 주변의 어색한 감각도 흔한 편이지만, 대개는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옅어집니다. 재활은 '다 나은 뒤에 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지금 시작하는 것입니다.기억해 둘 두 가지그러니 목소리가 잠기고 어깨가 무겁다고 해서 너무 놀라거나 자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두 가지만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첫째, 이 변화들은 '가만히 견디는 것'보다 '제때 움직이고 재활하는 것'으로 더 잘 회복된다는 점.둘째, 목소리 변화가 여러 달 이어지거나 어깨 불편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참고 넘기지 말고 한 번 더 정밀하게 살펴볼 것.갑상선암 치료의 진짜 마무리는 종양을 떼어낸 순간이 아니라, 잃었던 목소리와 팔의 움직임을 조금씩 되찾아 가는 그 시간에 있습니다.LOVE YOUR LIFEⓒ Medical O Suite참고문헌Ringel MD, Sosa JA, Baloch Z, et al. 2025 American Thyroid Association management guidelines for adult patients with 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Thyroid. 2025;35(8):841–985.대한갑상선학회. 갑상선분화암 진료권고안 2024. International Journal of Thyroidology. 2024;17(1):1.Recurrent laryngeal nerve injury after thyroid and parathyroid surgery: incidence and postoperative evolution assessment. Medicine (Baltimore). 2017;96(17):e6674.Effect of voice therapy with or without transcutaneous electrical stimulation on recovery of injured macroscopically intact recurrent laryngeal nerve after thyroid surgery. Eur Arch Otorhinolaryngol. 2020;277(6):1723–1732.McNeely ML, Parliament MB, Seikaly H, et al. Effect of exercise on upper extremity pain and dysfunction in head and neck cancer survivors: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Cancer. 2008;113(1):214–222.Albazee E, Alsubaie HM, Hintze JM, et al. The effectiveness of neck stretching exercises in alleviating neck pain and self-reported disability after thyroidectom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linical trials. Head Neck. 2024;46(10):2632–2649.본 칼럼은 일반적인 건강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나 회복 경과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현명한 선택, 그리고 함께 살아가기

현명한 선택, 그리고 함께 살아가기

란셋 유방암 보고서 리뷰 「암, 그 이후를 말하다」 ④

글 · 이동희 (메디컬오 스위트 병원장 / 가정의학과 전문의)근거: The Lancet Breast Cancer Commission, 2024 (Lancet 403:1895–1950, PMID 38636533) 마지막 편입니다. 이번에는 두 가지를 함께 이야기하려 합니다. 하나는 회복기에 반드시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문제 — 돈이 걸린 선택이고, 다른 하나는 이 연재 전체가 향해 온 질문 — 재발의 가능성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입니다.먼저, 현명한 선택에 대하여. 암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환자와 가족은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거운 것이 돈이 걸린 결정입니다. 「란셋」 보고서는 유방암의 '숨은 비용(hidden costs)'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치료비만이 아니라, 그 결정 과정에서 환자가 짊어지는 재정적·심리적 부담 전체를 말합니다. 다행히 한국은 건강보험과 산정특례(암환자 본인부담 5%) 덕분에, 표준 치료비 부담은 서구보다 훨씬 가볍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표준의 바깥'에 있습니다. 이건 「란셋」이 직접 든 사례가 아니라, 그 '숨은 비용'을 우리 현실에 대입한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유전자 검사는 항암치료가 정말 필요한지를 가려주는 유용한 검사이지만, 아직 대체로 비급여로 많은 비용이 듭니다. 일부 최신 표적항암제는 허가는 받았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비싼 비용을 환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급여 범위는 계속 바뀌므로, 실제 결정 시점에는 반드시 최신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선택 앞에서 환자가 던져야 할 질문은 세 가지입니다. 이 검사나 약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가. 대체할 표준적인 방법은 없는가. 그리고 급여가 되는가 안 되는가. 이 세 가지를 모르고 결정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쓰거나, 반대로 정작 필요한 것을 놓칩니다. 두려움이나 광고가 아니라, 근거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의료는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의 선택을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디컬오 스위트에서도 이러한 설명과 의사결정을 중요한 진료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짧은 진료 시간에 미처 다 듣지 못한 선택지들을, 환자의 상황에 맞춰 차분히 정리해 드립니다. 무엇이 근거 있는 선택이고 무엇이 과잉인지, 어떤 것이 급여가 되는지를 함께 짚습니다. 여성 암 회복 케어의 출발점은, 환자가 자기 치료를 스스로 이해하고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그리고, 함께 살아가기에 대하여. 연재를 시작하며 저는 「란셋」의 그래프 한 장 — 유방암 사망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그 선을 보여드렸습니다. 이제 그 선의 진짜 의미를 말씀드리며 이 글을 맺으려 합니다. 살아남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은, 곧 재발의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늘었다는 뜻입니다.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재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가 끝난 뒤의 추적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정기 검진, 호르몬 치료의 꾸준한 유지, 그리고 몸의 변화를 스스로 살피는 습관 — 이것들이 재발을 조기에 잡고, 잡으면 다시 치료할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보고서가 강조하는 것은 검사 스케줄 그 자체가 아니라, 환자를 한 사람으로 대하고 꾸준히 지지하는 돌봄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발의 가능성을 '공포'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일상'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회복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매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는 삶과, 할 일을 하며 담담히 살아가는 삶은 전혀 다릅니다. 후자가 바로 의학이 지향하는 회복이고, 좋은 추적관리는 그 담담함을 뒷받침하는 안전망입니다. 메디컬오 스위트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환자분들이 재발의 그림자 아래 웅크리는 것이 아니라, 관리 속에서 자기 삶을 살아가도록 곁을 지킵니다. 추적관리의 리듬을 함께 잡고, 몸과 마음의 회복을 계속 살피며, 필요할 때 곁에 있는 것. 여성 암 회복 케어·통합의학·웰니스를 표방하는 저희의 일은 결국, 암 이후의 긴 시간을 환자와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란셋」이라는 세계 최고의 저널이 방대한 보고서 끝에 남긴 메시지는, 뜻밖에도 따뜻합니다 — 아무도 잊거나 버려지지 않게 하라(abandon no one). 이것은 의사로서의 제 신념이기도 합니다. 유방암을 지나온 당신의 남은 삶이, 병이 아니라 삶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네 번에 걸친 이 이야기가 그 길에 작은 지도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LOVE YOUR LIFEⓒ Medical O Suite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일까 — 회복기 영양·운동·통합의학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일까 — 회복기 영양·운동·통합의학

란셋 유방암 보고서 리뷰 「암, 그 이후를 말하다」 ③

글 · 이동희 (메디컬오 스위트 병원장 / 가정의학과 전문의)근거: The Lancet Breast Cancer Commission, 2024 (Lancet 403:1895–1950, PMID 38636533) 암을 이겨낸 분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절박하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제 뭘 먹어야 하나요?" "운동을 해도 되나요?" 어떤 분은 진단 직후부터 온갖 건강식품을 사들이고, 어떤 분은 반대로 몸을 아낀다며 아예 움직이지 않습니다. 인터넷에는 답이 넘치지만, 대부분은 근거가 없거나 오히려 해롭습니다. 이번 편의 목표는 단 하나 — 검증된 것과 검증되지 않은 것을 분명히 갈라 드리는 것입니다. 「란셋」 보고서는 '통합종양학(integrative oncology)'을 정식 주제로 다룹니다. 그 핵심 원칙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표준 치료를 '대체'하려는 민간요법은 위험하지만, 표준 치료를 '보완'하는 근거 있는 생활 관리는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 이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라는 한 줄이, 회복기의 모든 선택을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먼저 운동입니다. 회복기의 운동은 '무리'가 아니라 '약'입니다. 이것은 구호가 아니라 근거입니다.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은 만성 피로를 줄이고 기분을 끌어올리며, 림프부종을 악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신체활동이 활발한 분들의 예후가 더 낫다는 연구도 꾸준히 쌓이고 있습니다(이는 이 보고서가 아니라 종양학 전반의 근거입니다). 국제 지침들이 회복기 환자에게 권하는 기준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 일주일에 중강도 유산소 운동 150분 안팎, 그리고 주 2회 정도의 근력 운동. 물론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짧은 산책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누워만 있는 것이 오히려 회복을 늦춘다는 점입니다.다음은 영양입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믿음은 '특정 음식이 암을 없앤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음식은 없습니다. 대신 근거가 분명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균형 잡힌 식사, 적정 체중 유지, 그리고 절주. 보고서에서도 비만과 음주를 유방암의 대표적인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으로 꼽습니다. 특히 회복기에는 근육과 체력을 지키기 위한 충분한 단백질, 그리고 뼈 건강을 위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값비싼 보조제 하나보다, 매일의 식탁이 훨씬 강력한 약입니다.그리고 검증된 범위의 통합의학입니다. 침·지압은 항암치료로 인한 구역과 통증을 덜어준다는 근거가 있고, 요가·명상·이완요법은 불안을 낮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됩니다. 통합종양학이 인정하는 것도 바로 이 '보완'의 영역입니다. 다만 한약이나 건강보조제는 표준 치료와 상호작용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팀과 상의한 뒤 써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원칙은 하나입니다. 표준 치료를 대신하려 들면 위험하고, 표준 치료 곁에서 삶의 질을 돕는 데 쓰면 이롭습니다. 메디컬오 스위트는 바로 이 원칙 위에 서 있습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저와 원내 한의사가 함께, 회복기 환자 한 분 한 분의 상태에 맞는 영양·운동 프로그램과 근거 있는 통합의학 관리를 설계합니다. 유행하는 건강식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검증됐고 무엇이 검증되지 않았는지를 구분해 드리는 것. 그렇게 표준 치료와 회복 관리가 충돌하지 않고 손잡게 하는 것이, 통합의학과 웰니스를 표방하는 저희의 역할입니다. 회복기의 몸은 정직합니다. 잘 먹고 잘 움직인 만큼 돌아옵니다. 요행이나 값비싼 비법을 좇지 말고, 검증된 기본을 꾸준히 하십시오. 그 평범함이 회복기에는 가장 강력한 전략입니다.LOVE YOUR LIFEⓒ Medical O Suite

몸과 마음에 남는 것들 — 후유증과 심리적 회복

몸과 마음에 남는 것들 — 후유증과 심리적 회복

란셋 유방암 보고서 리뷰 「암, 그 이후를 말하다」 ②

글 · 이동희 (메디컬오 스위트 병원장 / 가정의학과 전문의)근거: The Lancet Breast Cancer Commission, 2024 (Lancet 403:1895–1950, PMID 38636533) 암 치료가 끝났다는 말은, 몸이 예전으로 돌아왔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분들에게 진짜 힘든 시간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눈에 보이는 암은 사라졌지만, 몸과 마음에는 치료의 흔적이 깊게 남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흔적들을 하나씩, 그리고 정직하게 짚겠습니다.먼저, 몸에 남는 것들. 첫째는 림프부종입니다. 겨드랑이 림프절을 절제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뒤에, 팔이 붓고 무겁고 뻣뻣해지는 증상입니다. 한번 진행되면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초기에 발견해 관리하면 충분히 다스릴 수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며 몇 달을 방치하다 손쓰기 어려운 단계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팔이 조금 무겁거나 반지·소매가 갑자기 끼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신호입니다. 둘째는 만성 피로입니다. 항암과 방사선을 마친 뒤에도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이어지는 깊은 피로. 자도 자도 개운하지 않은 이 피로는 게으름도, 마음의 문제도 아닙니다. 치료가 몸에 남긴 실재하는 후유증입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죄책감에서 벗어납니다. 셋째는 이른 폐경과 그 증상입니다. 항암치료나 호르몬 억제 치료는 젊은 환자에게도 갑작스러운 폐경을 불러옵니다. 안면홍조, 식은땀, 불면, 관절통, 기분의 급변 —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려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암을 이겼으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넷째는 뼈 건강입니다. 폐경과 호르몬 치료가 겹치면 골밀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집니다. 유방암을 이겨낸 분이 몇 년 뒤 가벼운 낙상에 골절로 고생하는 일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정기적인 골밀도 확인과 관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네 가지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모두 '암 그 자체'가 아니라 '암을 이겨낸 대가'이며, 모두 미리 관리하면 다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누군가 곁에서 살펴줄 때의 이야기입니다.그리고, 마음에 남는 것들. 보고서는 유방암이 환자에게서 '통제감'을 앗아간다고 표현합니다. 내 몸에서 벌어진 일을 내가 어쩌지 못했다는 무력감. 그 감정은 치료가 끝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것이 재발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작은 통증 하나에도 '혹시 재발인가' 가슴이 내려앉고, 정기검진을 앞두고 몇 주씩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의학에는 이를 부르는 이름까지 있습니다 — 재발 공포(fear of recurrence). 유난스러운 것이 아니라, 큰 병을 지나온 사람에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우울과 고립도 흔합니다. 치료 중에는 가족과 의료진이 온통 곁에 있지만, 끝나고 나면 '이제 다 나았으니 괜찮지?'라는 시선 속에서 오히려 더 혼자가 됩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일수록 속은 더 외로워지는, 회복기 특유의 역설입니다. 몸의 후유증과 마음의 상처는 사실 따로 있지 않습니다. 잠을 못 자면 피로가 깊어지고, 통증이 이어지면 우울이 짙어집니다. 그래서 회복은 몸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니라 함께 돌봐야 합니다. 메디컬오 스위트가 '치료'가 아니라 '회복'과 '웰니스'를 앞세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몸의 수치만 보지 않습니다. 림프부종의 초기 신호를 잡고, 만성 피로를 회복 프로그램으로 끌어올리고, 폐경 증상과 뼈 건강을 살피는 동시에 — 잠은 자는지, 불안이 일상을 흔들지는 않는지, 기댈 곳은 있는지를 함께 묻습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회복기의 몸 전체를 보고, 여성 암 회복 케어라는 이름으로 마음까지 함께 돌보는 것. 그것이 통합적 돌봄을 지향하는 저희의 방식입니다. 후유증은 참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고, 불안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꺼내놓는 것입니다. '치료 끝났으니 이제 됐다'는 말이 회복기에는 가장 위험합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도, 마음이 보내는 신호도 무시하지 마세요.LOVE YOUR LIFEⓒ Medical O Suite

「란셋」이 유방암을 말할 때 — 치료가 끝이 아니다

「란셋」이 유방암을 말할 때 — 치료가 끝이 아니다

란셋 유방암 보고서 리뷰 「암, 그 이후를 말하다」 ①

글 · 이동희 (메디컬오 스위트 병원장 / 가정의학과 전문의)근거: The Lancet Breast Cancer Commission, 2024 (Lancet 403:1895–1950, PMID 38636533) 의학에는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저널이 몇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란셋(The Lancet)」은 특별합니다. 1823년 영국에서 창간된 이래 200년 동안, 이 저널에 논문 한 편이 실리면 전 세계 진료실의 표준이 바뀌어 왔습니다. 의사에게 「란셋」은 단순한 학술지가 아니라, 의학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에 가깝습니다. 그 「란셋」이 2024년, 유방암에 관한 방대한 보고서(The Lancet Breast Cancer Commission)를 내놓았습니다. 55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를 읽고 도움될만한 부분들을 저희 환자분들에게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가 이 보고서를 고른 이유는, 어려운 최신 의학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이 방대한 보고서 안에는, 환자의 입장에서 '치료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 대목들이 있었습니다. 암을 어떻게 없애느냐가 아니라, 암을 이겨낸 사람이 그다음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관한 이야기 말입니다. 물론 이 보고서에는 너무 학문적이어서 일반인에게 어려운 부분도, 저소득국의 의료 격차처럼 한국 실정과는 거리가 먼 부분도 많습니다. 그런 대목은 접어두겠습니다. 대신, 유방암을 지나온 분들이 회복과 재활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할 내용만 골라, 최대한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그것이 이 연재의 목적입니다. 그 첫 이야기를, 보고서가 가장 먼저 보여준 그래프 한 장에서 시작하겠습니다. 1950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과 미국의 유방암 사망률 곡선입니다. 1980년대까지 완만히 오르던 선이, 1990년을 지나며 절벽처럼 꺾여 내려옵니다. 지난 30년간 약 40% 감소. 더 일찍 발견하고 더 잘 치료한 결과, 유방암은 '죽는 병'에서 '이겨내는 병'에 훨씬 가까워졌습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이지만, 국내 통계로도 5년 생존율은 90%를 크게 넘습니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2026) 그런데 바로 여기서 「란셋」은 축포 대신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그다음'은 어떤가? 살아남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은, 곧 '치료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란셋」은 이 생존자들을 위한 돌봄이 정작 치료가 끝난 뒤에는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몸에는 치료의 흔적이 남고, 마음에는 재발의 불안이 자리 잡습니다. 매일 병원을 오가며 집중하던 시간이 끝나면, 아무런 안내도 없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남습니다. 문제는 그 일상이 예전의 일상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란셋」은 이 '치료 이후의 시간'을 그동안 소홀히 다뤄진 영역으로 짚습니다. 저 역시 이 시기가 회복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가 진료실에서 매일 확인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큰 병원에서 수술과 항암을 훌륭히 마치고 오신 분들이, 정작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 앞에서 막막해합니다. 팔이 붓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치하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나만 유난인가' 하며 혼자 견디는 분들도 많습니다. 메디컬오 스위트는 바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공간입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제가 대표원장으로서, 수술과 항암을 마친 여성 암 환자분들의 회복을 여성 암 회복 케어·통합의학·웰니스 프로그램으로 돕습니다. 한 장기, 한 수치가 아니라 회복기의 몸과 마음 전체를 봅니다. 세계 최고의 의학 저널이 "이제 여기를 봐야 한다"고 말한 그 지점을, 저희는 이미 진료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다릅니다. 유방암을 이겨낸 분들에게 이제 필요한 것은, 이겨낸 이후의 삶을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이 연재에서 저는 「란셋」이라는 지도를 들고,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건널지 한 걸음씩 살펴보고자 합니다.LOVE YOUR LIFEⓒ Medical O Su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