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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을 마쳤는데, 손발 저림이 남았습니다 | 메디컬 오 스위트

항암을 마쳤는데, 손발 저림이 남았습니다 | 메디컬 오 스위트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by 메디컬오 스위트2026.08.06

항암치료가 끝나면 다 끝난 줄 알았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손끝과 발끝의 저린 느낌만 남아 계속 갑니다.


난소암의 1차 항암치료는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을 함께 쓰는 것이 표준입니다. 이 가운데 파클리탁셀은 말초신경에 영향을 주는 약이라, 치료를 마친 뒤에도 저림이 남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자궁내막암에서 수술 뒤 항암치료를 받으신 경우에도 같은 계열의 약을 쓰기 때문에 이 편이 그대로 해당됩니다.


왜 손발부터인가


파클리탁셀은 빠르게 자라는 암세포를 겨냥하는 약입니다. 다만 이 약이 영향을 주는 범위 안에 감각을 전하는 신경도 함께 들어갑니다.


감각 신경은 몸의 중심에서 손끝과 발끝까지 길게 뻗어 있습니다. 그래서 약의 영향을 받으면 그 긴 길의 가장 먼 끝부터 먼저 흔들립니다. 증상이 늘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그 부위가 약해서가 아니라, 몸의 중심에서 가장 멀기 때문입니다.


느낌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저릿하기도 하고, 남의 살처럼 둔하기도 하고, 바늘로 찌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아픈 경우도 있습니다.


블라우스 단추를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고, 지갑에서 동전이 잘 집히지 않는다면 손의 감각이 떨어진 것입니다. 발바닥에 뭔가 한 겹 덧대어진 것 같다면 발의 감각이 떨어진 것입니다.


얼마나 오래 가는가


이러한 증상은 생각보다 오래갈 수 있습니다.


난소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분들을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 치료를 마치고 최대 12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절반가량이 신경 증상을 안고 지내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다른 추적 연구에서는 2년째에도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심한 감각 이상을 호소했습니다.


다만 종류에 따라 경과가 다릅니다. 힘이 빠지는 쪽의 증상은 1년쯤 지나며 뚜렷하게 좋아졌습니다. 반면 감각이 무뎌지는 쪽은 잘 변하지 않았습니다.


낫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입니다. 치료가 끝난 지 몇 달 만에 그대로라고 해서, 평생 그대로일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림보다 위험한 것


저림 증상 자체도 물론 불편합니다. 다만 감각이 떨어지면서 넘어지는 일은 더욱더 조심하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발바닥 감각이 떨어지면 발이 바닥 어디를 딛고 있는지가 흐릿해집니다. 여성 암 생존자 512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저림 증상이 남아 있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분들보다 넘어질 위험이 1.8배였습니다. 걸음이 느려지고 보폭이 짧아지는 변화도 함께 확인되었습니다.


양쪽 난소를 함께 절제하셨다면 뼈도 같이 약해져 있습니다. 감각이 둔한 상태에서 뼈까지 약해져 있으면, 한 번 넘어지는 것이 회복 전체를 되돌려 놓을 수 있습니다.


집 안에서 오늘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밤에 화장실 가는 길에 작은 불을 켜두세요. 바닥에 깔린 얇은 매트와 전선을 치우고, 욕실에는 미끄럼방지 매트를 둡니다. 슬리퍼보다는 뒤가 막힌 신발이 안전합니다.


발은 매일 한 번 눈으로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감각이 둔하면 상처가 나도 모르고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뜨거운 물의 온도도 손이 아니라 온도계나 팔 안쪽으로 확인하는 쪽이 좋습니다.




약으로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


저림을 미리 막아주는 약은 아직 없습니다. 미국임상종양학회는 2020년 지침에서 저림을 예방하기 위해 권고할 만한 약이 없다는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좋다고 알려졌던 보조제 가운데 오히려 권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정리된 것도 있습니다.


이미 생긴 저림에 통증이 동반될 때는 둘록세틴이라는 약이 유일하게 근거를 갖춘 선택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같은 지침이 그 효과의 크기가 크지는 않다고 함께 적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림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먼저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항암 중에는 성분끼리 부딪히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좋다는 것을 더하는 쪽보다, 확인하고 더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함께 오는 것들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파클리탁셀을 쓰면 대부분 겪는 일입니다. 치료가 끝나면 다시 자랍니다. 처음 자라는 머리카락은 굵기나 곱슬 정도가 전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운이 없는 것도 흔합니다. 항암 중의 피로는 자고 나면 풀리는 피로와 성격이 다릅니다. 억지로 참기보다, 하루 중 가장 기운이 나는 시간대를 찾아 그때 필요한 일을 배치하는 편이 낫습니다.


구역질과 입맛 변화는 미리 약을 쓰면 상당 부분 다스려집니다. 참았다가 심해진 뒤에 쓰는 것보다 앞서 쓰는 편이 효과가 좋습니다.


기억해 둘 것


  • 저림은 손끝과 발끝에서 시작함
  • 감각 저하는 힘 빠짐보다 오래 감
  • 저림이 있으면 낙상 위험이 높아짐
  • 발은 매일 눈으로 확인할 것
  • 물 온도는 손 대신 팔 안쪽으로 확인
  • 저림에 좋다는 것은 먼저 확인하고 쓸 것


흔적을 안고 걷는 일


저림이 남았다는 것은 치료가 잘못되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몸이 감당해낸 치료의 흔적입니다.


그 흔적을 지우는 일에만 매달리기보다, 그 흔적을 안고 넘어지지 않는 쪽이 지금은 더 중요합니다. 단추를 채우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아침도, 결국은 다시 이어가는 일상의 일부입니다.


저희가 함께 보는 것은 검사 수치만이 아닙니다. 오늘 그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발로 어디까지 걸을 수 있는지까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방사선치료를 다룹니다.


같은 부인암이라도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고, 수술 없이 방사선으로 치료를 마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방사선치료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고 그동안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1. Loprinzi CL, Lacchetti C, Bleeker J, et al. Prevention and Management of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in Survivors of Adult Cancers: ASCO Guideline Update. J Clin Oncol. 2020;38(28):3325-3348. — 예방 목적 권고 약제 없음, 통증 동반 시 둘록세틴만 근거 있음.
  2. Ezendam NPM, Pijlman B, Bhugwandass C, et al.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and its impact on 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among ovarian cancer survivors: PROFILES registry. Gynecol Oncol. 2014;135(3):510-517.
  3. Tanay MAL, Armes J, Ream E. Course of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among ovarian cancer patients: a longitudinal study. Gynecol Oncol. 2018.
  4. Winters-Stone KM, Horak F, Jacobs PG, et al. Falls, Functioning, and Disability Among Women With Persistent Symptoms of Chemotherapy-Induced Peripheral Neuropathy. J Clin Oncol. 2017;35(23):2604-2612. — 저림 증상군의 낙상 위험 1.8배.
  5.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Ch.94 Gynecologic Malignancies — 1차 항암은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병용.
  6. NCCN Guidelines for Patients: Ovarian Cancer, 2025 (Version 3.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