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 이후를 잘 살아간다는 것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치료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분들에게, 언젠가 한 번은 찾아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제 저는 어떻게 지내면 될까요."
병은 지나갔는데, 그다음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마음입니다. 앞 두 편에서 건조와 색소, 손발톱과 모발처럼 몸에 남은 흔적을 다뤘다면, 이번 편은 그 흔적을 안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흔히 이 질문에 "어떻게 하면 덜 늙을까"로 답하려 하지만, 저희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치료를 지나온 몸에게 정말 중요한 질문은 나이 드는 속도가 아니라, 이 몸으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입니다. 저희가 이 세 편에서 말씀드린 웰에이징도 그런 뜻입니다. 치료 이전의 몸으로 억지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지나오며 달라진 지금의 몸을 이해하고 앞으로 더 잘 돌보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몸이 힘을 되찾는 시간
치료가 끝났다고 몸이 곧바로 예전의 체력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수술과 항암, 방사선을 지나며 쓴 힘을 다시 채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먼저 수면입니다. 자는 동안 몸은 낮 동안의 손상을 회복합니다. 치료를 지나온 몸일수록 회복할 것이 많아, 이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움직임도 그렇습니다. 걷기나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체력과 회복력을 되찾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서서히 강도를 올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식사도 그렇습니다.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두고 당과 정제 탄수화물에 치우치지 않는 식사는 체력을 유지하고 몸이 회복할 재료를 채우는 일입니다. 특정 음식이나 보충제를 만능처럼 권하지는 않습니다.
금연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배는 상처와 조직이 아무는 속도를 늦추고, 체력 전반에도 영향을 줍니다.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자리가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네 가지는 대단한 비법이 아닙니다. 다만 치료로 소모된 몸을 다시 채우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몸을 계속 지켜보는 것
치료가 끝났다고 관찰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정기적인 진료와 검진으로 회복 경과를 함께 살피는 것도 웰에이징의 큰 부분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챌 수 있는 자리가 진료실이기 때문입니다.
앞 두 편에서 말씀드린 손발톱과 피부, 모발의 변화도 이 관찰의 일부입니다. 원인을 알고 있으면 불안이 줄고, 정말 살펴야 할 신호를 놓치지 않게 됩니다.
멋지게 살아가는 일
1편에서 이 시리즈는 "거울 속 얼굴이 제 얼굴이 아닌 것 같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손톱에 남은 줄, 옅어진 눈썹, 방사선 자리의 색소. 이 변화들을 감추고 지워야 할 흠으로만 보면, 거울 앞에 서는 일이 매일 조금씩 버거워집니다.
저희가 이 시리즈에서 계속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하나입니다. 이 변화를 없애야 할 문제로 붙들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써야 할 힘을 거기에 다 쓰게 됩니다. 손톱의 줄도, 옅어진 눈썹도, 방사선 자리의 색소도, 이겨낸 시간이 남긴 결과일 뿐입니다. 관리할 것은 관리하고 나면, 남은 힘은 오늘을 더 근사하게 채우는 쪽으로 돌리시면 됩니다.
웰에이징은 흔적과 싸우는 일이 아니라, 그 흔적을 지닌 채로 멋지게 살아가는 일입니다.
조금 더 주의 깊게
방사선 치료를 받은 자리, 호르몬치료를 받는 몸은 앞 편에서 말씀드렸듯 피부가 얇아지거나 색소가 남거나 아무는 속도가 더뎌지는 변화를 조금 먼저 겪습니다. 그렇다고 원칙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금 더 주의 깊게 적용할 뿐입니다.
새로운 관리를 시작하기 전, 지금 받는 치료와 함께 봐줄 의료진과 한번 상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음 진료 때 이렇게 물어두셔도 됩니다. "지금 제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도 되는 것과, 아직 이른 것을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기억해 둘 것
- 치료 이후 정말 중요한 질문은 나이 드는 속도가 아니라,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입니다
- 수면·움직임·식사·금연은 치료로 소모된 체력을 되찾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 정기적인 진료와 검진으로 회복 경과를 살피는 것도 웰에이징의 큰 부분입니다
- 달라진 몸과 얼굴은 감춰야 할 흠이 아니라, 치료를 견뎌낸 시간이 남긴 자국입니다
- 치료를 지나온 몸이라면 원칙은 같되, 새로 시작하는 것은 담당의와 나눠 정하십시오
세 편에 걸쳐 암 치료 후 웰에이징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시작은 거울 속 달라진 얼굴이었고, 원인을 짚고, 집에서 할 관리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려던 말은 처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늙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지금 몸을 매일 조금씩 챙기자는 것. 지나온 몸을 잘 데리고 가자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비법도, 값비싼 무엇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잘 자고, 몸을 움직이고, 끼니를 챙기고, 정기적으로 진료를 보는 것. 그리고 거울 속에 남은 흔적을 흠이 아니라 이겨낸 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Hughes MCB, Williams GM, Baker P, Green AC. Sunscreen and Prevention of Skin Aging: A Randomized Trial. Ann Intern Med. 2013;158(11):781-790 — 중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에서 자외선차단제 매일 사용군이 재량 사용군보다 피부 광노화가 유의하게 덜 진행. 국소 도포제로 노화 진행 자체를 늦춘다는 것을 사람에서 보인 드문 근거.
- Krutmann J, Bouloc A, Sore G, et al. The skin aging exposome. J Dermatol Sci. 2017;85(3):152-161 — 자연(내인) 노화와 자외선·흡연·대기오염 등 외인 노화를 구분해 정리한 리뷰. "손댈 수 있는 노화는 외인성"이라는 이 글의 뼈대.
- Flament F, Bazin R, Laquieze S, et al. Effect of the sun on visible clinical signs of aging in Caucasian skin. Clin Cosmet Investig Dermatol. 2013;6:221-232 — 햇빛 노출이 주름·색소 등 임상적 노화 징후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 나이 탓으로 여기던 변화의 상당 부분이 광노화임을 뒷받침.
- Solway J, McBride M, Haq F, et al. Diet and Dermatology: The Role of a Whole-food, Plant-based Diet. J Clin Aesthet Dermatol. 2020;13(5):38-43 — 식이와 피부 노화의 관계를 정리. 방향성은 일관되나 개별 음식·보충제의 효과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함께 명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