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중은 돌아왔는데 몸은 왜 예전 같지 않을까요?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저울 숫자는 돌아왔는데, 계단만 오르면 숨이 차요."
치료를 마치고 몇 달이 지나면 자주 듣는 말입니다. 몸무게는 제자리를 찾았는데 몸은 무겁고, 장 본 짐이 유난히 버겁고, 조금만 움직여도 지칩니다. 저울은 정상인데 몸은 정상이 아닌 것 같은 이 어긋남이, 회복기의 가장 흔한 혼란입니다.
이 편에서는 그 어긋남의 정체를 이야기합니다. 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알면, 다음 편에서 다룰 "그래서 무엇을 하면 되는가"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저울은 무게만 알려줍니다, 그 안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몸무게는 근육·지방·뼈·수분을 다 합친 숫자입니다. 이 구성의 비율을 체성분이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저울이 이 비율을 구분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치료 과정에서 근육이 줄고 지방의 비율이 높아지면, 체중은 비슷해도 체성분은 이전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체중만으로는 이를 알 수 없어, 필요하면 체성분과 근력, 영양 상태를 함께 살펴봅니다. 근육이 줄어든 상태를 근감소증이라고 하는데, 늘어난 지방이 줄어든 근육을 가려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체중이 정상이니 괜찮다"는 판단이 빗나갈 수 있습니다. 암환자에서 이 근감소증이 얼마나 흔한지는 암종과 측정법에 따라 갈리지만, 드물지 않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왜 하필 근육이 먼저 줄어드는가
근육이 줄어드는 데는 몇 가지가 겹칠 수 있습니다.
우선 안 쓰기 때문입니다. 수술과 항암·방사선을 견디는 동안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쓰지 않는 근육은 생각보다 빠르게 빠집니다. 여기에 입맛이 없어 잘 못 먹으면 근육을 다시 만들 재료가 부족해집니다.
그런데 회복이 "많이 먹기"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암과 그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염증과 대사 변화가 근육의 분해와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열량이나 단백질 섭취만 늘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잘 먹는데도 야위고 기운이 없는 상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쉬어도 가시지 않는 피로
체성분 못지않게 회복기를 무겁게 만드는 것이 피로입니다. 그런데 이 피로는 평소의 피로와 성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피로는 휴식 후 나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암 관련 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무리한 일이 없어도 찾아오고, 충분히 쉬어도 호전되지 않거나 일상생활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한 대규모 분석에서는 치료를 받는 동안(치료 중 집계 기준) 환자의 약 62퍼센트가 이런 피로를 겪었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상당수에서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흔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이 피로는 몸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머릿속이 뿌옇고 집중이 안 되는 인지적 피로, 마음이 함께 가라앉는 정서적 피로가 겹쳐 오기도 합니다. 암 관련 피로에는 빈혈, 염증, 수면 문제, 통증, 정서적 어려움, 활동량 감소 등 여러 요인이 함께 관여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살펴보고 필요한 부분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지금의 무거움과 피로를 두고 "내가 너무 안 움직여서, 관리를 못 해서"라고 자신을 탓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근육이 줄고 대사가 바뀌고 피로가 남는 것은, 치료라는 큰일을 통과한 몸에서 흔히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지만으로 막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다만 자책하지 말라는 말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원인을 확인하고 상태에 맞게 관리하면 기능을 회복하거나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 편부터 그 방법 — 어떻게 다시 움직이고, 무엇으로 몸을 채울 것인가를 다루겠습니다.
기억해 둘 것
- 체중이 돌아와도 근육량과 지방 비율은 이전과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 근육 감소에는 활동량과 섭취량뿐 아니라 질환과 치료에 따른 대사 변화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회복은 식사만의 문제가 아니며, 영양과 움직임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 충분히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 피로는 암 관련 피로일 수 있지만, 빈혈·수면 문제 등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합니다
- 피로는 의지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전보다 심하거나 일상을 방해한다면 담당 의료진에게 알려주세요
치료 후 이전보다 더 심한 피로감을 느끼신다면, 담당 선생님께 이야기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몸의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회복의 첫 단계입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Al Maqbali M, Al Sinani M, Al Naamani Z, Al Badi K, Ibrahim Tanash M. Prevalence of Fatigue in Patients With Canc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Pain Symptom Manage. 2021;61(1):167-189.e14 — 치료 중 피로 유병률 62%(치료 중 집계 기준), 혼합 치료 상태 51%
- Williams GR, Dunne RF, Giri S, et al. Sarcopenia in the Older Adult With Cancer. J Clin Oncol. 2021;39(19):2068-2078 — 암환자 근감소증은 정의·부위에 따라 유병률이 5~89%로 넓게 보고됨, 근육량 감소가 예후·독성과 연관.
- NCCN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in Oncology: Cancer-Related Fatigue — 암 관련 피로의 정의(휴식으로 회복되지 않는 지속적 피로)와 다요인 기전(빈혈·염증·수면·활동 저하).
- ASCO Exercise, Diet, and Weight Management During Cancer Treatment Guideline. J Clin Oncol. 2022 — 근육·대사 변화 관리는 개인별 평가가 필요하며 일률적 처방은 지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