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 손발 저림, 언제쯤 나아질까요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치료를 마쳤는데도 손끝과 발끝의 저림이 가시지 않아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걱정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항암 치료를 받는 많은 분이 같은 불편을 겪고, 같은 물음 앞에 서 계십니다.
그래서 이 손발 저림을 앞으로 네 편에 걸쳐 함께 이야기하려 합니다. 왜 생기고 언제쯤 나아지는지부터, 저림과 함께 지내는 일상 관리, 저림에 좋다는 방법들의 근거, 그리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을 때 어떻게 바라보고 데리고 갈지까지 차근차근 짚겠습니다. 첫 편인 오늘은 이 저림이 무엇인지, 언제쯤 나아지는지, 그리고 어떤 신호일 때 조금 더 기다려 볼 수 있고 어떤 신호일 때 바로 의료진에 알려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손발 저림, 항암 치료가 남긴 흔한 흔적입니다
항암제 가운데 일부는 손끝과 발끝으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말초신경(팔다리 끝으로 뻗은 신경)을 자극합니다. 그 결과 저림, 시림, 먹먹함, 따끔거림 같은 감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드문 일이 아닙니다. 최근 쓰이는 여러 항암 요법에서는 열 명 중 네 명에서 일곱 명가량이 이런 감각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내가 유독 예민하거나 회복이 더뎌서가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흔히 동반되는 변화라는 점을 먼저 기억해 두시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실 것입니다.
왜 하필 손끝과 발끝부터 저릴까요
우리 몸에서 가장 긴 신경은 손끝과 발끝까지 닿습니다. 항암제의 영향은 이 가장 긴 신경의 끝에서부터 나타나기 쉬워서, 저림이 대개 양손과 양발에 좌우 대칭으로, 마치 장갑과 양말을 낀 부위처럼 번지는 모양을 띱니다(스타킹-장갑형).
당뇨가 있거나 이전부터 신경병증이 있으셨거나 나이가 있으신 경우에는 조금 더 나타나기 쉬운 편입니다. 다만 어떤 분에게 더 심하게 오는지를 미리 가려내는 방법은 아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언제쯤 나아질까요 —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비교적 가벼운 정도의 저림은 항암 치료를 마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아지고 상당수는 여러 달에 걸쳐 조금씩 회복되는 편입니다. 그동안 큰 변화가 없는 듯 느껴져 답답하실 수 있지만, 신경은 천천히 회복되는 조직이라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일부 경우에는 저림이 더 오래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심한 손상이 굳어지기 전에 미리 살피는 것'입니다. 치료를 받으시는 동안 느끼는 변화를 그때그때 알려 주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조금 더 지켜봐도 되는 경우
저림이 가벼운 정도로 유지되고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라면, 대체로 경과를 지켜보며 기다려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손발이 살짝 먹먹하거나 따끔거려도 단추를 잠그고 젓가락을 쥐는 일상 동작에 큰 지장이 없다면, 다음 진료 때 경과를 나누어도 무방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기다려 보아도 되는지'는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정기 진료에서 지금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전해 함께 확인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바로 의료진에 알려야 하는 신호
반면 다음과 같은 변화는 미루지 말고 담당 의료진에 알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 도중 저림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단추 잠그기·젓가락질처럼 손으로 하는 세밀한 동작이 눈에 띄게 어려워지는 경우입니다. 발의 감각이 무뎌 자주 걸려 넘어지거나, 저림을 넘어 통증이 심하게 동반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신호는 신경이 받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담당 의료진은 상태를 확인한 뒤 항암제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일정을 조정하는 방법 등을 함께 논의해 볼 수 있습니다.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제때 알리는 것이 신경을 지키는 길입니다.
통증이 함께 있을 때는
저림과 함께 통증이 뚜렷하다면, 증상을 덜어 주는 약물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 저림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없애는 확실한 방법은 정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증상을 솔직하게 전하고 치료 강도를 함께 조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믿을 만한 방향입니다. 일상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관리법과 통증 대처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억해 둘 것
- 손발 저림은 항암제가 말초신경을 자극해 생기는 흔한 변화입니다.
- 대개 손끝·발끝부터 양쪽 대칭으로 나타납니다.
- 가벼운 저림은 치료를 마친 뒤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나아지는 편이지만, 일부는 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 저림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손 기능이 떨어지거나, 자주 걸려 넘어지거나, 통증이 심하면 바로 의료진에 알려 주세요.
- 통증이 뚜렷하면 약물 사용 여부를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자세한 관리·대처는 다음 편에서).
- 변화를 그때그때 알리는 것이 신경을 지키고 치료를 이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손발 저림은 회복의 길목에서 만나는 흔한 동반자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개 조금씩 나아지는 변화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살피고 제때 나누는 것만으로도, 신경을 지키며 치료를 이어 가는 큰 힘이 됩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궁금하고 불안한 점은 언제든 담당 의료진과 나누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손발 저림과 함께 지내는 동안 일상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관리와 대처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McGraw-Hill Education — 종양 치료의 합병증·지지요법 단원. 항암 유발 말초신경병증의 정의와 발생 빈도(약 40~70%), 원인 약제(탁센계·백금계·빈카알칼로이드계), 통증에 대한 약물 치료의 부분적 효과 및 확립된 예방·완치법의 부재, 조기 인지와 용량 조절 중심의 관리 원칙에 대한 근거.
-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McGraw-Hill Education — 말초신경병증 단원(신경학). 손끝·발끝에서 시작하는 좌우 대칭 스타킹-장갑형 분포와 '가장 긴 신경부터 침범'하는 특징, 위험인자(당뇨·기존 신경병증·고령), 경과(가벼운 정도는 치료 종료 후 서서히 회복, 일부는 지속)와 고위험군 선별법이 연구 중이라는 서술에 대한 근거.
-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항암 유발 말초신경병증 예방·관리 임상진료지침 업데이트(Loprinzi 등, 2020) — 치료 중 뚜렷한 신경병증이 나타날 때 용량 조절·중단을 고려하고, 통증을 동반한 신경병증에서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는 관리 방향의 보조 근거(해리슨 단원 내 인용 지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