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 중 손발 저림에 좋다는 것들, 어떤게 정말 도움될까요?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얼마 전 회복 진료를 보던 한 분이 가방에서 영양제 몇 통과 손으로 적은 메모를 꺼내 놓으셨습니다. 지인에게, 인터넷에서, 방송에서 들었다는 것들이었습니다. "이 중에 손발 저림에 진짜 도움이 되는 게 있을까요." 치료를 견뎌 낸 뒤에도 저림이 남으면, 무엇이라도 해 보고 싶어지는 그 마음을 저는 잘 압니다.
앞선 편에서 저림이 왜 생기고 어떻게 지나가는지(①편), 일상에서 몸을 지키며 지내는 법(②편)을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림에 좋다고 흔히 권해지는 방법들을 근거가 있는 것과 아직 그렇지 못한 것으로 하나씩 갈라 보고, 회복하는 동안 우리가 곁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짚어 보려 합니다.
먼저, 저림 자체를 '되돌리는' 특효약은 아직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편이 좋겠습니다. 항암제가 남긴 감각신경의 변화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특효약은 지금으로선 없습니다. 신경은 근육이나 피부처럼 빠르게 낫는 조직이 아니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회복됩니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할 방법들도 '신경을 고치는 치료'라기보다 '불편을 덜고 회복하는 시간을 잘 지나도록 돕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전제를 먼저 두고 보면, 어디에 기대를 걸어도 되는지 가늠하기가 조금 수월해집니다.
근거가 있는 것은 생각보다 단출합니다
저림이 먹먹한 감각을 넘어 화끈거리거나 찌릿한 통증으로 느껴진다면, 여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약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약은 지금 받고 계신 치료나 다른 약과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하므로, 시작 여부와 종류는 치료를 맡고 계신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림이 '통증'인지 '감각 저하'인지에 따라 맞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또 하나는 무리하지 않는 선의 규칙적인 움직임입니다. 걷기나 가벼운 균형 운동이 근력과 균형 감각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은 ②편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요. 그러나 지금 근거가 비교적 분명한 것은 이 정도입니다.
정작 조심해야 할 것은 '좋다더라'는 것들입니다
가장 마음 쓰이는 대목입니다. 비타민 B와 E, 글루타민, 알파리포산, 아세틸카르니틴처럼 이름도 낯선 성분들이 저림에 좋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돕니다. 고가의 주사나 프로그램을 권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항암 저림을 예방하거나 낫게 한다는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몸에 좋은 것들인데 밑져야 본전 아닌가' 싶으실 수 있지만, 회복하는 몸에는 성분에 따라 예상치 못한 부담을 주거나 드시는 다른 약과 부딪칠 수 있어, 좋다는 말만 믿고 스스로 시작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근거가 얇은 것에 큰돈과 기대와 시간을 들이다 보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지쳐 버리기 쉽습니다. 드시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성분을 담당 의료진에게 그대로 보여 드리고 상의한 뒤에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이 대목만큼은 회복을 함께 걷는 사람으로서 꼭 지켜 드리고 싶습니다.
침·마사지·온열 요법은 '완화를 돕는 보조'입니다
침이나 마사지, 따뜻하게 손발을 감싸는 방법으로 한결 편해졌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실제로 불편감이나 긴장을 덜어 주는 보조적인 역할은 할 수 있고, 도움이 된다고 느끼신다면 이어 가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런 방법들이 상한 신경 자체를 되돌리는 치료는 아니라는 점은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 불편을 덜어 주는 것과 병을 낫게 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 둘을 구분해 두시면, 한 가지에만 큰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회복하는 동안, 곁에서 함께 하는 일
저희는 저림을 하루아침에 없애 드린다고 약속드리지는 못합니다. 대신 어떤 방법이 실제로 도움이 되고 어떤 것은 아직 근거가 약한지 함께 가려서, 헛된 데 마음 쓰지 않고 회복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곁에서 돕겠습니다.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덜어낼지 함께 정리해 가다 보면, 몸도 마음도 덜 지칩니다. 저림을 없애는 것만이 회복은 아닙니다. 저림과 함께라도 오늘 하루를 나답게 지내는 일, 그것을 곁에서 거들어 드리는 것이 저희가 바라는 회복입니다.
기억해 둘 것
하나, 상한 신경 자체를 되돌리는 특효약은 아직 없으며, 오늘의 방법들은 '치료'보다 '완화와 회복 돕기'에 가깝습니다.
둘, 통증이 뚜렷하다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약이 있으나, 시작 여부와 종류는 치료를 맡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합니다.
셋, 무리하지 않는 규칙적인 움직임은 근력과 균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넷, 비타민·글루타민·알파리포산 등 건강보조제나 고가 프로그램은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주의가 필요할 수 있어, 스스로 시작하지 말고 성분을 보여 드리고 상의하세요.
다섯, 침·마사지·온열은 불편을 더는 보조 수단이며 신경을 고치는 치료는 아닙니다.
여섯, 근거가 얇은 것에 매달리기보다 검증된 것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함께 정리해 가는 편이 회복에 이롭습니다.
다음 편(④)에서는 치료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저림을 어떻게 바라보고 데리고 갈지, 그 시간과 마음을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McGraw-Hill Education — 종양 치료의 합병증·지지요법 단원. 항암 유발 말초신경병증에 확립된 예방·완치법이 없다는 점과, 통증에 대한 약물 치료가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
-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Chapter 417. Diabetes Mellitus: Complications. — 신경병증성 통증에서 약물 치료의 근거(도움이 되는 약제가 있으나 시작·용량은 개별 상담이 필요하다는 원칙).
-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Chapter 100. Cancer Survivorship and the Long-Term Impact of Cancer and Its Treatment. — 항암 유발 말초신경병증 관리에서 규칙적인 신체활동의 이로움과, 비타민·항산화제 등 보충제·보조요법이 신경 손상 자체를 되돌린다는 근거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서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