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 중 손발 저림, 치료가 끝났는데도 남는다면
메디컬 오 스위트 · 이동희 병원장
항암을 마친 지 한참 지난 어느 분이 진료실에서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다 끝났다고 했는데, 손끝이 아직도 저릿해요. 이건 그냥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걸까요." 목소리에 체념 같은 것이 섞여 있었습니다. 치료를 견뎌 낸 뒤에도 저림이 떠나지 않을 때, 그 마음이 어떤지 저는 조금은 짐작합니다. 앞선 세 편에서 저림이 왜 생기고 어떻게 지내며 무엇으로 완화할지를 나누었으니, 마지막 편에서는 '치료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저림'을 어떻게 바라보고 데리고 갈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다 끝났는데 왜 아직 저릴까요
항암제가 남긴 손발 저림은 치료가 끝난다고 그 자리에서 함께 멈추지는 않습니다. 신경은 근육이나 피부처럼 빠르게 돌아오는 조직이 아니라서, 상한 부분이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마지막 항암을 마치고도 몇 달, 때로는 그보다 오래 저림이 이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것은 치료가 잘못되었거나 몸이 이상해진 신호가 아니라, 신경이 제 속도로 천천히 회복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나요
가장 궁금하실 대목일 것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많은 분에게서 저림은 치료가 끝난 뒤 서서히 옅어집니다. 상한 신경 섬유 곁에서 새로운 섬유가 조금씩 자라 나오면서 감각이 돌아오면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몇 달에 걸쳐, 어떤 분은 그보다 더 긴 시간에 걸쳐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곤 합니다.
다만 모든 분이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한 약제와 몸의 조건에 따라 일부는 옅어진 채로 오래 남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림이 남아 있다고 해서 회복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감각의 세기가 잦아들면서 몸이 그 감각에 익숙해지고 일상에서 신경 쓰이는 순간이 서서히 줄어드는 분이 많습니다. 저림과 함께도 충분히 자기 삶을 꾸려 가실 수 있습니다.
이 저림이 정말 항암 때문일까요
치료가 끝나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 저림의 양상이 예전과 달라졌다면, 한 번쯤 짚어 볼 것이 있습니다. 손발 저림을 만드는 원인은 항암제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뇨(혈당이 오래 높으면 신경이 상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B12 결핍, 갑상선 기능 저하 같은 몸 안의 요인도 손발을 저리게 합니다. 이런 원인들은 피검사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어서, 저림이 새삼 심해지거나 좀처럼 낫지 않을 때 한 번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신경이 지나는 길목이 눌려서 생기는 저림도 있습니다. 허리나 목에서 신경 뿌리(척추에서 팔다리로 뻗어 나가는 신경의 시작 부분)가 눌리면 그 신경이 닿는 쪽으로 저림이 내려오고, 손목 안쪽에서 신경이 눌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엄지·검지·가운뎃손가락 쪽이 저린 것이 특징입니다. 항암으로 인한 저림이 대체로 양쪽 발끝·손끝에서 대칭으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런 눌림성 저림은 한쪽에만 오거나 특정 손가락에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쪽만 유독 심하다', '손가락 몇 개에만 몰린다'면 원인이 다를 수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신호가 오면 다시 살펴봐야 하나요
오래 안고 가는 저림이라도,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으면 참고 넘기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다시 상의하시기를 권합니다.
저림의 양상이 예전과 달라졌을 때, 특히 한쪽 손발만 유독 심해질 때. 저리기만 하던 곳에 힘이 빠지거나 걸을 때 자꾸 휘청이는 새로운 증상이 겹칠 때.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뚜렷하게 나빠질 때. 저림이 발목·손목 위로 빠르게 번져 올라올 때. 이런 변화들은 회복 과정의 자연스러운 흐름과는 결이 다르며, 다른 원인이 끼어들었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럴 때는 혈당과 당화혈색소, 갑상선 기능, 비타민 B12 같은 기본적인 피검사로 원인을 살피고, 필요하면 신경의 상태를 보는 검사를 더하기도 합니다. 무엇을 확인할지는 증상과 경과를 함께 보는 의료진과 정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오래된 저림이라고 해서 모든 변화를 '늘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지 않는 것입니다.
오래 안고 가야 할 때, 하루를 지키는 법
저림이 옅게라도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림과 함께 지내는 하루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방법은 있습니다.
무딘 발과 손을 지키는 생활 습관은 앞선 편에서 자세히 나누었으니, 여기서는 짧게만 짚겠습니다. 감각이 무딘 발은 상처나 화상, 넘어짐을 알아채기 어려우니 자주 살피고 발에 맞는 신발을 신는 것, 무리하지 않는 걷기로 근력과 균형 감각을 지키는 것, 손끝 감각이 둔할 때 뜨거운 물이나 날카로운 것을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습관들이 넘어짐이나 화상 같은 사고를 줄여 줍니다. 필요하실 때 앞선 편을 다시 펼쳐 보셔도 좋습니다.
마음도 함께 돌보아야 합니다
몸의 회복만큼 조용히 챙겨야 할 것이 마음입니다. 남아 있는 저림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그 시간을 매일 떠올리게 하는 흔적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드는 답답함이나 서운함은 이상한 감정이 아니라, 큰일을 통과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저림을 없애야 할 적으로만 두면 매일이 싸움이 되지만, 함께 데리고 가는 동행으로 바라보면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과 사람 곁에서 보내는 시간, 비슷한 시기를 지나온 이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그 무게를 덜어 주기도 합니다. 저림이 오래 이어지며 잠이나 기분에까지 영향을 준다면, 그 또한 참아야 할 몫이 아니라 의료진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몸을 돌보는 일과 마음을 돌보는 일은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기억해 둘 것
하나, 항암으로 인한 저림은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신경이 천천히 회복하는 과정이지 이상 신호가 아닙니다.
둘, 많은 분에게서 저림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옅어지지만, 일부는 옅어진 채로 오래 남기도 합니다. 남아 있다고 회복이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셋, 손발 저림은 항암제 말고도 당뇨·비타민 B12 결핍·갑상선·허리와 목의 신경 눌림·손목터널증후군 등 다른 원인으로도 생깁니다.
넷, 한쪽만 유독 심하거나, 특정 손가락에 몰리거나, 힘 빠짐 같은 새 증상이 겹치거나, 잠잠하다 다시 나빠지면 다른 원인을 살펴야 합니다.
다섯, 이럴 때는 혈당·갑상선·비타민 B12 같은 기본 검사로 원인을 확인할 수 있으니, 오래된 저림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다시 상의하세요.
여섯, 무딘 발과 손을 지키는 생활 습관과 함께, 오래 이어지는 저림이 마음에 남기는 무게도 함께 돌보시길 바랍니다.
네 편에 걸쳐 손발 저림의 시간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저림이 남아 있더라도, 그것이 여러분의 하루를 정하도록 두지는 마시기를 바랍니다. 회복은 저림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에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감각과 함께도 오늘을 나답게 살아 내는 매일 속에 이미 와 있습니다. 곁에서 함께 살피겠습니다.
LOVE YOUR LIFE
회복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과정입니다.
Medical O Suite — Recovery & Resilience
참고문헌
-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Chapter 100. Cancer Survivorship and the Long-Term Impact of Cancer and Its Treatment. — 항암 유발 말초신경병증이 치료 종료 후에도 이어질 수 있고, 신경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경과에 대한 근거.
-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2nd ed. McGraw-Hill Education — 말초신경병증 단원(신경학). 가벼운 정도는 치료 종료 후 서서히 회복되나 일부는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과, 그리고 당뇨병성 신경병증·비타민 B12 결핍·갑상선기능저하증·신경뿌리병증(허리·목 신경눌림)·손목터널증후군 등 말초신경병증의 다른 원인과 이를 구분하는 분포 양상(대칭성 원위부 vs 비대칭·국소성)에 대한 근거.





